주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대상인 14개 건설 · 조선사에 대해 이달 말까지 채권단 협의회 구성을 마치기로 하고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녹봉조선의 채권단 첫 모임에선 보험사가 채권 등록을 거부하는가 하면 대동종합건설은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곳곳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2일 녹봉조선을 시작으로 23일 경남기업 롯데기공 월드건설에 대해 채권단협의회 구성을 위한 첫 미팅을 가졌다. 우리은행은 오는 29일 풍림산업 우림건설 삼호 동문건설에 대한 협의회를 갖는다. 채권단협의회는 첫 회의에서 해당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하고 실사 여부 등을 논의한다.

C&중공업처럼 퇴출될 수도

22일 열린 녹봉조선 채권단 회의에선 동부화재가 보유한 선수금환급(RG) 보험에 대해 채권이 아니라며 채권 신고를 하지 않았다. 동부화재는 1018억원,서울보증보험은 129억원가량의 RG보험을 갖고 있다. 이는 신규자금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녹봉조선의 경우 2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과 함께 신규 시설투자자금으로 1000억~2000억원가량을 요청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채권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어 워크아웃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진세조선의 채권단 회의는 오는 29일 개최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조선사는 은행과 보험사 간에 RG보험을 놓고 입장차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대상인 대동종합건설 등 대동그룹 4개 계열사는 이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동건설 측은 "시간이 걸리는 워크아웃보다 즉시 채권이 동결되는 법정관리가 회생에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오는 28일 첫 채권단 회의를 열 예정이었으나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워크아웃을 개시하지 않기로 했다.

예금 동결 풀어라

일부 은행은 워크아웃 대상인 건설사의 예금을 동결하거나 어음교부를 제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건설업체가 설을 앞두고 하청업체 공사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이날 시중은행 부행장을 긴급 소집,예금 동결을 풀라고 지시했다.

건설사에 대한 워크아웃 과정에서 일부 해외사업장에서 수주 취소 등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경남기업은 7억2000만달러 규모의 하노이 70층 랜드마크건물을 포함해 알제리 신도시(5억달러) 에티오피아 도로공사(3억달러) 등 해외사업장이 10여개에 달한다. 우림건설은 카자흐스탄에서 짓고 있는 사업비 4조5000억원 규모의 우림애플타운이 워크아웃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원유값 하락으로 현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김현석/정재형/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