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기대치에 크게 미흡
"메모리.LCD.휴대폰 앞날도 어두워"

삼성전자[005930]의 `어닝 쇼크'가 증권가를 강타했다.

23일 증권가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작년 4분기 실적을 삼성전자가 내놓자 이 회사 주가가 장중 3% 이상 폭락한 것은 물론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확대로 코스피지수도 20포인트 넘게 빠졌다.

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본사 기준으로 18조4천500억원의 매출과 9천400억원의 영업손실, 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0년 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처음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주요 증권사의 평균 예상치는 매출 20조원, 영업손실 3천765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손실은 예상치의 2배를 훨씬 넘는 `어닝 쇼크'인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위원은 "D램, LCD 등 주요 제품의 수요 부진과 이로 인한 판매가격 급락, 휴대전화 부문의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겹치면서 급격한 실적 악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꿈'을 먹고 사는 증시의 속성상 과거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향후 실적 전망이 괜찮으면 주가는 강세로 돌아선다.

하지만 이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콘퍼런스콜에서 드러난 삼성전자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삼성전자의 주요 부문 중 이익 기여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전망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밝힌 전 세계 D램 시장의 재고량은 제조업체와 유통 부문, PC 제조업체 등을 합쳐 6~8주 재고분에 해당한다.

통상 2~4주인 것에 비하면 배에 달하는 재고분이다.

다시 말해 메모리 반도체의 본격적인 가격 반등을 위해서는 재고 소진이 필요한데, 현재의 과잉 재고 상황을 놓고 보면 가격 반등과 그에 따르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LCD 부문에서는 낮은 가동률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작년 4분기 LCD 부문의 공장 가동률이 80~85%에 불과한데 판매 확대를 위해 이 가동률을 높이다 보면 LCD 시장의 공급과잉 해결과 가격 반등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지수 애널리스트는 "휴대전화 부문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도 2.1%까지 낮아진
데다 제품 수요가 계속 줄고 있어 삼성전자의 3대 현금 창출원인 메모리, LCD, 휴대전화가 모두 전망이 어둡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송종호 애널리스트는 "작년 4분기 실적은 경기침체에 대한 삼성전자의 수익성 방어력이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당분간 삼성전자 실적 전망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