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대출 확대를 위해 1천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 배드뱅크를 설립해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려는 오바마 행정부의 구상은 결국 실패로 끝난 부시 행정부의 접근과 같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구제금융 방안도 이전과 같은 결함들을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부실자산은 가치 평가가 매우 어려운 까닭에 배드뱅크가 부실자산의 가격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실자산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률이 낮은 부실자산만 배드뱅크에 매각되고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부실자산은 은행에 그대로 남게 될 것이라는 것.
은행이 남아있는 부실자산을 정교한 방법으로 높게 평가하더라도 시장의 가치에는 못 미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추가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정 한도를 넘는 손실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흡수해줌으로써 은행의 포트폴리오에 울타리를 쳐주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생명 연장을 위해 많은 세금이 투입되겠지만 적어도 은행들이 대출을 재개하면서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은행들이 살아나려면 앞으로 오랫동안 높은 이자마진과 가파른 이익 증가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의 최소자본 제한을 낮추고 은행주 매입을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게 경제 활성화에 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경기침체로 인해 은행들에 최소 1조달러의 신규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굿뱅크/배드뱅크 해결방안이 적절하다는 것.
이 경우 기존 주주들은 주가가치가 대폭 희석되고 은행 대부분이 정부의 손에 넘어가는 상황을 초래할 수는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는 은행을 부분 국유화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부실자산만 매입해주고 민간 은행으로 계속 남게 할 것이냐는 어려운 선택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 선택은 은행 주주 뿐 아니라 연금생활자 등 광범위한 국민에게까지 짐을 비우는 선택이지만 분위기를 쇄신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두번째 선택은 고통스러운 경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은 피할 수 있겠지만 은행 시스템을 페니메이와 프레디 맥에서 보여줬던 난국에 빠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 상황은 오바마 행정부에 후자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은 빠른 결정을 원하고 있지만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