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추락 또 추락…제조업 '사상 최악'의 뒷걸음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 수치로 나타남에 따라 올 한 해 우리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2~3% 성장에서 '제로' 혹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생산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지표들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어서 올해 상반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하반기 회복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전망이 바뀌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외환위기 때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더 나빠지는 사상 최악의 경제난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제조업 사상 최악

대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과 관련해 시장의 컨센서스는 '전분기 대비 -2.1%,전년 동기 대비 -0.3%'였다. 하지만 22일 한은이 내놓은 속보치는 전분기 대비 -5.6%,전년 동기 대비 -3.4%에 이르렀다.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긴 했지만 그 폭이 이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한은마저도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에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을 전기 대비 -1.6%로 추정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수출뿐 아니라 내수 침체도 심각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분기 대비 -5.6%의 성장률 중 내수의 영향(기여도)은 -6.2%였다. 내수를 좌우하는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4.8%로 1998년1분기(-11.6%) 이후 최악이다. 카드 사태가 빚어졌던 2003년 1분기(-3.9%)보다도 더 나쁘다.

순수출의 기여도는 0.7% 플러스였다. 하지만 이는 수출 증가율이 -5.9%였던 데 비해 수입 증가율은 -6.6%로 더 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업종별로 봤을 때 제조업 위축은 심각했다. 지난해 3분기엔 전분기 대비 0.3% 증가로 소폭이나마 플러스를 이어갔지만 4분기엔 -12.0%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악이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주력기업들이 글로벌 경기불안으로 감산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16.1%로 역시 1998년 1분기(-17.8%)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올해 마이너스성장 우려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금융회사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데 여념이 없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올 한 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워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모건스탠리가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과 실업 문제를 이유로 꼽았다. 전날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존 3.3%에서 0.7%로 낮췄다. UBS의 경우 마이너스 폭을 3.0%로 잡기도 했다.

최춘신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올해 연간 성장률은 한은이 당초 예상한 2.0%보다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은의 기존 전망치가 KDI에 비해 1.3%포인트 낮았기 때문에 오는 4월 수정 전망을 내놓을 때 제로 성장이나 마이너스 성장 수치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2.0% 성장 전망은 세계경제가 1.9% 성장한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것인데 올해 전 세계 성장률이 0.5~1.0%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2만달러 밑으로

지난해 4분기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2.9% 감소했다. 전분기 -3.1%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세다. 연간 기준으로도 2007년 3.9% 증가에서 지난해 2.1% 감소로 돌아섰다. 금융위기 여파로 원 · 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른 결과로 풀이된다.

성장률 둔화에다 환율 상승의 여파로 2007년 2만달러를 넘어섰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지난해 다시 1만달러대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경영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을 1만7750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연평균 환율 1102원60전,GDP 증가율 2.5%,물가지표인 GDP 디플레이터 전망치 3.0%,인구 4860만명 등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4년 1만4206달러,2005년 1만6413달러,2006년 1만8401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가다 2007년엔 2만45달러로 처음으로 2만달러를 넘어섰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