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본사 지원부문 임직원 1400명 중 1200명을 현장으로 전진 배치하고 전체 임원 70%의 자리를 바꾸는 등 창사 이래 초유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려면 조직의 편제를 현장 밀착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단,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조직혁신 배경에 대해 위기를 대도약의 기회로 삼아온 삼성만의 '성공 유전자(DNA)를' 접목해 외환위기 이후 또한번의 '퀀텀점프(Quantum Jump · 중간 단계없는 대약진)'를 노린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번 조직 개편으로 기획과 재무를 중심으로 조직을 꾸려나가는 특성 때문에 붙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졌다"며 "효율의 삼성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스태프 조직 현장으로

조직개편으로 인사,법무,총무,재무 등의 업무를 맡아왔던 경영지원총괄이 사라졌다. 경영기획팀,경영혁신팀,해외지원팀,구매전략팀,인사팀,글로벌마케팅실,디자인경영센터 등도 개별 사업부 소속으로 흩어지게 됐다. 경영지원,홍보,IR,법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본사에 남지만 규모가 축소됐다.

본사 조직 중 기능이 커지는 부서는 감사팀과 상생협력실뿐이다. 감사팀은 임직원들의 비리 감사 이외에 위험요소 진단과 컨설팅 등의 역할을 추가로 맡게 됐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업무는 상생협력실로 일원화됐다. CS(고객지원)경영센터는 CS환경센터로 명칭을 바꿨다. 산하에 환경전략팀을 신설,환경과 관련된 이슈를 분석하는 역할을 추가로 담당할 계획이다.

2개부문 사실상 별도 회사처럼

디지털미디어,정보통신,반도체,LCD(액정디스플레이) 등 기존 4대 사업총괄은 이윤우 부회장이 지휘하는 '부품 부문(DS · Device Solution)'과 최지성 사장이 이끄는 '완제품 부문(DMC · Digital Media&Communications)으로 나눴다. DS와 DMC 부문은 '삼성전자'라는 타이틀을 함께 쓰지만 사실상 별개 회사처럼 움직인다. 실적을 별도로 산정하며 과거 경영지원총괄에서 담당했던 인사 결정권도 부문장에게 넘어간다.

이인용 부사장은 조직을 두 부문으로 나누는 것과 관련,"소니나 노키아는 완제품 부문에서는 경쟁자지만 부품에서는 고객"이라며 "기업을 분리 운영해야 대형 거래선과의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삼성전자를 완전한 두 개의 독립회사로 분리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총괄 책임자 상무~부사장급 기용

디지털미디어와 정보통신 총괄 등을 합한 DMC 부문은 영상디스플레이,프린터,생활가전,무선,네트워크,컴퓨터 등 6개 사업부를 거느린다. 윤부근 사장,최치훈 사장,최진균 부사장,신종균 부사장(신규 선임),김운섭 부사장,남성우 전무(신규 선임) 등이 사업부장을 맡는다.

북미,구주,중국,동남아,서남아,CIS(옛 독립국가연합 지역),중동 · 아프리카,중 · 남미,한국 등 8개 지역총괄도 DMC 부문으로 편입됐다. 지역총괄 중 6곳의 책임자가 교체됐다. 주로 사장과 부사장급으로 구성됐던 지역총괄 책임자들의 직급도 상무~부사장급으로 조정됐다. 북미총괄에는 휴대전화 영업마케팅 책임자였던 최창수 부사장을,구주총괄에는 보르도 TV 마케팅을 주도한 신상흥 부사장을 각각 배치했다. 미국에서 가전 영업을 맡아온 박재순 전무는 국내영업사업부에서 지역총괄로 격상된 한국총괄 책임자로 발탁됐다.

서남아와 중동 · 아프리카,CIS총괄에는 각각 신정수 전무,배경태 전무,서치원 상무가 임명됐다. 회사 관계자는 "2년 만에 전 세계 영업조직의 수장이 모두 바뀐 셈"이라고 설명했다.

DS부문은 LCD,메모리,시스템LSI,스토리지 등 4개 사업부로 나뉜다. LCD 관련 조직은 1개 사업부로 축소됐다. 소형 LCD 패널 사업을 최근 설립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로 이관해서다. LCD총괄 시절 대형 디스플레이 담당 사업부장을 맡았던 장원기 사장이 사업부장을 맡는다.

메모리,시스템LSI,스토리지 등 반도체 관련 사업부의 조직 체계는 기존과 동일하다.

글=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