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됨에 따라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된 부동산 대출금리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은행주들의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우리금융은 1차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 · 조선사에 대한 대출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지며 390원(5.27%) 내린 7010원을 기록,이틀 사이에 10% 넘게 하락했다. 이 기간 신한지주도 10% 내렸으며 KB금융 외환은행 등도 8% 이상 떨어졌다.

외국인은 이날 은행과 금융지주가 속해 있는 금융업종을 723억원 넘게 내다팔아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당장 지난해 4분기 실적 악화가 은행주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1차 건설사 · 조선사 구조조정에 따라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금 규모가 1조7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0.1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창욱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회계기준에 따라 이번 조치에 따른 부실채권 상각을 작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 실적은 예상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추가 부실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이번 1차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회사에 대해서는 자금 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금융권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했다. 신규광 SK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구조조정과 은행 자산의 부실화는 이제 막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 구조조정에 따라 신용리스크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장기간에 걸쳐 은행주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정부는 1차 신용위험 평가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건설사와 조선사에 대한 신용위험도 평가를 다음 달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은행 마진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신규광 연구위원은 "CD 금리가 최근 사상 최저인 연 2%대로 떨어지면서 이에 연동되는 대출금리도 하락하고 있다"며 "이러한 예대마진율 하락은 은행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