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생존전략에만 몰두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은 외국 기업을 적극 인수 · 합병(M&A)하고 있어 한국의 샌드위치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국내 기업도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금사정이 악화된 바이오 나노 로봇 등의 분야에서 선진국 벤처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1일 내놓은 '최근 한 · 중 · 일 국가 간 M&A 특징 비교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M&A 규모는 417억달러로 2007년(646억달러)에 비해 35% 줄어들었다. 국가 간 M&A 규모도 133억달러로 2007년(130억달러)보다 2%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의 전체 M&A 규모는 지난해 1590억달러로 2007년(890억달러)에 비해 44% 증가했다. 특히 국가 간 M&A 규모는 지난해 784억달러로 전년(520억달러) 대비 51%나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전체 M&A 규모가 1616억달러로 2007년에 비해 4% 감소했지만 국가 간 M&A는 844억달러로 2007년에 비해 16% 증가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중국은 M&A를 통한 기술격차 축소에 집중했고 일본도 신성장동력 확보와 금융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했다"며 "하지만 한국은 원화 약세에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하지 않아 해외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었고 오히려 인수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이로 인해 기술 및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과는 격차가 좁혀지고 일본과는 차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첨단기술 확보를 위해 바이오 나노 로봇 등의 분야에서 선진국 벤처기업을 적극 인수하고 금융부문에선 외국 업체의 부분 인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이날 '2009년 글로벌 기업경영 8대 이슈'보고서를 통해 올해 글로벌 기업경영의 키워드가 '불황 극복'과 '미래성장을 위한 바닥 다지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재무역량을 갖춘 기업은 M&A를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