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스타CEO들은 자문역.강단으로

삼성전자가 21일 조직 개편과 보직 인사를 통해 이례적으로 부사장.전무급 임원들에게 대거 사업부장과 영업총괄 수장직을 맡겼다.

능력이 입증된 젊은 장수들의 패기와 열정을 앞세워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지성 사장의 뒤를 이어 무선사업부장에 선임된 신종균 부사장(1956년생)은 1993년부터 잇따라 명품 휴대전화 개발을 주도한 '애니콜 신화'의 1등 공신이다.

2000년 임원으로 승진한 뒤 발탁 승진을 거듭, 6년만에 부사장에 올랐고, 다시 2년여만에 사업부장의 중책을 맡았다.

변정우 메모리제조센터장(전무)을 최근 부진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의 '정상화' 특명과 함께 스토리지사업부장에 투입한 것도 눈에 띈다.

역시 1956년생인 변 전무는 1982년 10월 입사 이후 줄곧 메모리 제조 분야에서 일한 반도체 전문가다.

국내외 시장 개척의 최전선에도 차세대 주자들이 배치됐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사업부'에서 '총괄'로 격상된 국내영업조직의 수장에는 박재순 전무가 전격 발탁됐다.

1960년생인 박 전무는 2006년 이후 미국 현지 가전영업 책임자를 맡아 'TV 판매 1위'를 달성하고, 부임 3년만에 소비자가전(CE) 매출을 20억달러에서 60억달러로 3배 늘리는 등 혁혁한 전과를 거둔 바 있다.

그동안 사장급이 수장을 맡았던 북미총괄, 구주총괄 자리도 상대적으로 젊은 부사장급 인사에게 돌아갔다.

북미 총괄에는 휴대전화 영업마케팅 책임자로서 애니콜을 세계 2위 브랜드로 키우는데 공헌한 최창수 부사장이, 구주총괄에는 지난 19일 발탁 승진한 신상흥 부사장이 부임한다.

신 부사장은 2006년 영상전략마케팅팀장(전무)을 맡은 뒤 '보르도'를 앞세워 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에 올려놨고, 2위와의 점유율 격차를 계속 키워왔다.

반면 지난 수 십년동안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주역들은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서 활약하거나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특화된 경험과 능력을 발휘한다.

지난 16일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퇴임이 확정된 '애니콜 신화'의 주인공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상담역'을 맡게 된다.

상담역이 출근을 전제로 한 상근직인만큼 사무실과 비서가 배정되고 전용 차량 역시 현직 때와 다름없이 제공된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세계적 반도체 전문가 황창규 사장은 아직 구체적 거취를 밝히지 않았지만, 후학 양성을 위해 대학 강단에 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4년부터 5년 넘게 IR팀장을 맡아 삼성전자의 '입'으로 일했던 주우식 부사장은 풍부한 IR(기업설명) 경험 등을 살려 곧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장에서 검증된 최정예 승부사들을 영업 일선에 전면 배치하는 등 전면적 세대교체가 조직에 역동성과 생동감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또 한 번의 '퀀텀 점프(물리학상 대약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