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 170여개가 인터넷상에서 복구되면서 미네르바 진위를 놓고 구속된 박모씨와 월간잡지 신동아의 논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복구된 170여 개의 글의 원본 위치가 박씨가 사용하는 ID와 패스워드로 들어갈 수 있는 블로그로 돼 있어 월간 신동아가 밝힌 '7인의 금융전문가들가 돌아가면서 미네르바 글을 썼다'는 주장과 달라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21일 박씨의 변호를 맡은 박찬종 변호사 측에 따르면 두개의 글만 남겨놓고 삭제됐던 미네르바의 글 170여 개가 다음 블로그(http://blog.daum.net/pheonix1234)에 복구됐다.

특히 복구된 글 가운데 미네르바가 인터넷 공간에서 '경제 대통령'의 명성을 얻은 계기가 된 '결국 리먼 브라더스를 쳐 먹는구나'(리먼 파산 예측)와 '10년 후에 뵙겠습니다'(적정주가 1210∼1235 포인트 전망), '과연 나는 누구인가'(절필선언) 등이 포함돼 있다.

박변호사 측은 많은 네티즌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스크랩'과 '원문담기', RSS(새로이 올라온 글을 보내주는 시스템) 등의 방식으로 저장하거나 보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네르바 글들을 쉽게 인터넷상으로 복구, 모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글 작성자와 작성 아이피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박 변호사의 보좌역인 김승민 씨는 "복구된 모든 글의 작성자는 '미네르바'로 돼있고, 작성자를 클릭하면 '미네르바'의 개인 아고라(http://agora.media.daum.net/profile/list?key=yzcyxX5kuoE0&group_id=1)로 넘어가게 된다"며 "이 개인 아고라는 구속돼 있는 박씨의 아이디(holy******)와 비밀번호(11자리)로 로그인했을 때 접속되는 개인 아고라"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170여 개의 글이 모두 박 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 한 뒤 작성된 글이 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또 모든 글에서 나타나는 아이피 또한 모두 구속된 박 씨의 집으로 돼 있다.

김씨는 "다음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박씨가 다음의 아이디로 접속해 211로 시작되는 아이피로 글이 작성됐다는 정확한 증거가 있다"며 "SK에서도 211로 시작되는 박씨의 아이피의 주소지가 서울 서대문구 빌라라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신동아 12월호와 2월호를 통해 등장한 외환전문가 K씨는 미네르바의 글들을 모두 자신이 속한 7인의 금융 전문가 그룹이 작성했다고 주장했지만, 복구된 글을 통해 볼 때 K씨의 주장은 거짓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신동아를 통해 자신이 진짜 미네르바라고 주장한 K씨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 변호사 측은 "K 씨가 아예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K 씨의 실체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박 변호사 측은 이어 "K 씨가 미네르바 박 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고 증명하지 않는 한 더 이상 가짜 논란은 의미가 없다"며 "특히 박 씨는 비밀번호를 한 차례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K 씨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면 다음 아고라에 아무 글이나 한 번 작성해보라"고 요구했다.

이번 미네르바 글 복구됨에 따라 신동아의 K씨가 자신이 미네르바임을 입증해내지 못하는 한 박씨와 신동아간의 미네르바 진위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박 씨 외에 '미네르바'가 없다고 결론내리고, 늦어도 22일 중으로 박 씨를 전기통신기본법(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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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