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칠산해운을 모태로 급성장해왔던 C&그룹이 결국 근 20년만에 간판을 내릴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단이 20일 C&중공업을 퇴출 명단에 올려놓으면서,워크아웃을 통해 회생을 기대했던 C&그룹이 결국 공중분해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20일 C&중공업의 워크아웃 진행 여부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제대로 안됐고 워크아웃 진행이 대단히 어렵다고 주요 채권금융기관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당초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었지만 이번 상시평가 대상에 포함해 그 기준대로 평가한 결과,평가 등급이 다시 하락하게 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실사조차 없이 C&중공업을 퇴출 명단에 올리면서 일관성 문제와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C등급으로 분류돼 워크아웃을 진행중인 C&중공업에 대해 실사도 없이 재평가해 등급을 재조정한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그동안 우리은행 등 C&중공업 채권단협의회는 15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음에 따라 실사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C& 관계자는 “C&중공업은 이미 워크아웃 신청 기업이기 때문에 이번 평가 대상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며 “워크아웃을 앞둔 기업을 일방적으로 퇴출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발했다.

C&중공업이 퇴출될 운명에 처하면서 현재 한달째 실사를 진행중인 C&우방의 워크아웃까지 영향을 미칠 공산이 커졌다.

지난해 말 C&중공업과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간 C&우방은 최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C&은 그룹의 모회사라고 할 수 있는 C&해운을 중심으로 C&우방-C&상선-C&중공업 등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엮여 있기 때문에,C&중공업의 퇴출과 동시에 그룹 전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C&은 최근 계열사간 선박 건조,분양 대금 등과 관련된 지급보증이 서로 얽혀 있어 C&중공업의 퇴출은 다른 계열사의 사망선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임병석 C& 회장의 경영권도 완전히 상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중공업 등 관계 회사의 청산이나 법정관리가 진행되면 임 회장의 대주주 역할은 유명무실해질 공산이 크다. 임 회장은 C&해운 지분 55.3%를 보유하고 있다.

C&이 퇴출됨에 따라 국내 경제ㆍ산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C&은 현재 C&상선 C&중공업 C&우방 C&우방랜드 진도에프앤 등 5개 상장사를 두고 있으며 전체 계열사는 30여곳에 이른다. 그룹 내 임직원은 국내 2500여명을 포함해 총 6500여명이다. C&중공업의 협력업체로는 200여개의 조선 기자재 납품업체들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1차 협력업체들과 연관을 맺고 있는 2,3차 협력업체들에 피해가 확산돼 전남 경제권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C&은 1990년 창업주인 임 회장이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한 칠산해운을 모태로 하고 있다. 이후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해운업 활황에 힘입어 사세를 확장해 왔다. 세양선박(현 C&상선)과 우방건설(C&우방) 아남건설(C&우방ENC) 등 굵직한 기업을 잇달아 인수했다. 2006년 말에는 C&진도를 C&중공업으로 재탄생시켜 조선업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 그룹 총 매출은 1조8000억원에 달했으며 재계 순위는 71위(자산 기준)에 올랐다.

하지만 주력으로 삼고자 했던 조선업 시황이 지난해부터 악화되고 금융권마저 대출을 꺼리면서 자금난을 겪기 시작했다. C&은 최근까지도 당장 700억~1000억원 정도의 자금만 끌어오면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지만, 금융권은 부실을 우려해 추가 대출을 중단했다. 자금난이 악화되자 C&우방 등 주력 계열사까지 모두 시장에 내놨으나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자구 노력은 빛을 발하지 일았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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