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파업 수순에 안팎서 따가운 '눈총'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 등 남아 실제 파업까지는 '험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세계적 불황에 따른 회사의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대의원대회에서 파업 결의를 강행해 또한번 안팎의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이 대규모 감산에 이어 인원 감축 등을 통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현대차 노조가 노사 현안이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곧바로 파업카드를 빼든 것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아랑곳 하지 않은 성급하고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1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회사가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합의한 2009년 1월중 전주공장 주간2교대 시범시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쟁의발생 결의안'을 상정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부터 주간2교대를 놓고 노사가 협상을 벌여왔지만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회사가 주간2교대 노사합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고 이는 노사신뢰를 깨는 행위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반해 사측은 경제위기와 소비부진에 따른 일거리 부족으로 주간2교대제 시행에 난색을 표했고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결국 회사를 강도높게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업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작년말부터 대규모 감산에 돌입하는 등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았는데 이날 노조의 파업 결의로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노조 내부에서조차 간부와 일반 조합원까지 나서 현재의 경제 위기에 공감하면서 "지금은 파업할 시기가 아니다"라는 반대 목소리를 내 향후 실제 파업까지 가는 과정에서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울산,아산,전주공장별로 조반장, 계장, 기장회 등 고참 생산직 조합원을 중심으로 위기극복 결의대회를 잇따라 개최하는 등 회사의 위기극복에 동참해왔다.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노조집행부의 파업 결의안 상정소식을 접하고 노조 홈피게시판에 파업 반대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여기에다 노조간부에 해당하는 공장별 노조대표인 각 사업부 위원장도 확대운영위원회에 이어 19일 울산공장 9개 사업부 위원장 명의의 대자보를 통해 '지금은 파업할 때가 아니다'며 이례적으로 집행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도 "물량부족으로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생존 위기에 직면에 있는데 현대차도 예외가 아니다"며 "이런 시기에 노사간 협의가 진행중인 주간2교대 도입건으로 노조측이 일방적인 쟁의발생을 결의하는 것은 노사 공멸을 자초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파업 결의안이 통과됐지만 앞으로 10일간에 걸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전체 조합원을 상대로 파업 돌입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등 나머지 절차를 거쳐야 최종 파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파업이냐"는 비난여론 들끓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현대차 노조의 파업결의가 실제 파업으로까지 이어지기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1987 창립이래 1995년 단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여온 현대차노조가 심각한 경제위기가 진행 중인 지금의 상황에서 또다시 파업을 강행할 경우 쏟아질 안팎의 비판을 어떻게 감내할지도 관심거리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