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정유사로만 불리고 싶지 않다.'

새해 벽두부터 정유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지금처럼 해외에서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서 만든 석유제품을 국내외에 내다 팔아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기업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마침 이명박 정부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의 구호 아래 녹색기술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개발 지원 정책이 추진되는 점이 큰 힘이 됐다.

정유업계는 이참에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가는 길을 닦겠다는 구상으로 석유 의존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더 힘을 쏟을 방침이다.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허동수 회장부터 솔선수범이다.

허 회장은 지난 12일 연초 첫 일정으로 서울 강동구 성내동 신에너지연구센터를 방문해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이 센터는 회사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는 연료전지와 박막전지 사업 등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곳이다.

새해 첫 외부 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강력한 개발 의지를 드러낸 것.
GS칼텍스는 허 회장의 뜻에 따라 경영환경이 불확실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줄이지 않을 방침이다.

허 회장은 나아가 새해 첫 해외 출장도 신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었다.

허 회장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를 찾아 신일본석유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본계약을 맺었다.

이 합작사는 내년 4월부터 차세대 신에너지 분야의 핵심 저장장치인 EDLC(Electric Double Layer Capacitor)용 탄소소재를 생산하며, GS칼텍스는 이를 통해 이 분야의 세계시장을 석권한다는 구상이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도 지난해 12월 중순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통해 회사의 실질적인 선장에 신재생에너지 전문가인 구자영 총괄사장을 앉혔다.

올해부터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
구 사장은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인 미국 엑손모빌에서 기술연구소 혁신기술 자문위원으로 십여 년간 연구개발에 매진한 대체에너지 개발 전문가이다.

재계에서는 구 사장의 발탁을 두고 SK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래 먹을거리를 찾기로 확실하게 방향을 잡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부터 미국 럿거스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포스코 상무를 거쳐 1993년부터 엑손모빌에서 일했다.

2008년 1월 'SK 사람'이 된 구 사장은 처음 SK에너지 내의 4개 CIC(회사 내 회사) 중 하나인 P&T(Corporate Planning & Global Technology) 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러다 그는 입사 1년 만에 SK에너지를 사실상 이끄는 총괄사장에 앉는 등 초고속 승진을 했다.

구 사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할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에너지 독립국으로 가는 지름길을 석유 의존도를 완화하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쪽에서 찾겠다는 것.
그는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신성장동력포럼에 참석, 발제를 통해 "지금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과거 20년과는 다른 새로운 20년을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2018년 세계 3대 태양전지 강국, 2013년 세계 4대 그린카 강국 등의 목표 달성을 위해 저가 고효율의 박막전지, 배터리 충전기술 개발 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