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바뀌는 인사 폭풍 속에서도 이상대 삼성물산(건설) 사장과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오히려 각각 부회장 승진과 권한 강화로 입지를 굳혔다. 최사장은 승진 대상은 아니지만 과거 정보통신총괄(휴대폰)만을 지휘하던 체제에서 벗어나 삼성전자가 맡고 있는 TV,세탁기,냉장고 등 세트 사업을 모두 총괄 지휘하게 됐다. 삼성전자 사업의 절반을 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이카' 발탁 배경은

삼성은 '초일류'란 단어로 선임 배경을 풀이했다. 전자와 금융을 주력으로 하는 삼성의 기존 체제에서 벗어나 중공업과 건설 사업까지 초일류 반열에 올리겠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은 이를 시사하듯 인사 발표와 함께 김징완 · 이상대 부회장의 승진 배경에 "글로벌 초일류 기업 실현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는 해설을 붙였다.

이들의 중용에는 탄탄한 실적도 밑바탕이 됐다. 김 부회장은 '세계 일류 조선소' 전략으로 삼성중공업의 수익성을 크게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건설 분야를 맡아 '래미안'으로 대표되는 아파트사업 브랜드와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최지성 사장은 TV와 휴대폰에서 보여준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 2006년 보르도 TV를 출시해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을 3년 연속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는 평을 받았다.

삼성중공업 공격경영 시작

삼성중공업은 이번 인사로 공격 경영의 진용을 갖췄다. 김징완 사장을 부회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러닝 메이트'로 노인식 에스원 사장과 배석용 부사장을 각각 대표이사 사장과 조선소장 사장으로 기용한 것.지난해까지 1인 대표이사 체제였던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위상 강화도 함께 이뤄진 셈이다.

인사 업무에 정통한 노 사장이 옮겨온 것도 삼성중공업의 미래를 가름하게 하는 인사로 풀이할 수 있다. 노 사장은 삼성에서 30년간 인사 업무를 관장했던 인물로 인재 중용의 선견지명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은 여기에 '현장'에 강한 배 사장을 조선소장으로 발탁해 조직 관리의 치밀함을 더했다.

전자와 건설은 '난국 타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이 맡은 공식 직함은 '디지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부문' 사장.자신의 '전공'인 휴대폰을 비롯 TV와 모니터,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 사업까지 모두 지휘해야 하는 중책을 안은 셈이다. TV 사업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윤부근 부사장이 관할하게 되지만 전략제품 선정과 브랜드 관리,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전략은 최 사장이 맡는다.

이상대 삼성물산(건설) 부회장의 임무는 건설사업 일류화다. 건설 경기 급랭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라는 뜻이 깔려 있다. 이 부회장의 승진으로 건설과 상사로 사업 구도를 양분했던 삼성물산은 건설업의 비중이 더 늘어나게 됐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