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중기적 관점에서 금융안정 역할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방안을 심도있게 연구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행법 개정 논의에 동참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집행간부 및 국실장,지역본부장 국외사무소장 등이 참석한 올해 첫 확대연석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경제적 난국을 겪으면서 금융시장 및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한 한은의 역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국회 정부 뿐 아니라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한은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는데 한은 내부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제1조 한은의 목적에 '물가 안정'뿐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이 명시적으로 담겨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공감대없이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다간 한은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간섭이라는 역풍을 맞을까봐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총재가 이번에 '금융안정' 역할 강화방안 필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한은법 개정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안팎에선 이르면 상반기 중 재정부와 한은이 공동작업을 거쳐 개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은이 올해 통화신용 정책방향에서 2010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가급적 조기에 설정키로 했기 때문이다.

물가안정목표는 한은과 정부가 협의해서 설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은법 개정안이 함께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