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고용시장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0만명 이상의 증가세(전년 동월비)를 보여왔던 취업자 수가 10월부터 10만명선 밑으로 내려앉더니 12월엔 끝내 감소세로 반전되고 말았다.취업자 수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2003년 10월 8만6000명 감소 이후 처음이다.이런 속도라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그랬던 것처럼 실업자 수가 150만명에 육박하고 취업준비생 등을 합친 실질적 실업자 수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용쇼크가 시작됐다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취업자) 수는 2324만5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만2000명 감소했다.취업자 증가수가 지난해 6월 14만7000명,7월 15만3000명,8월 15만9000명,9월 11만2000명,10월 9만7000명,11월 7만8000명 등으로 꾸준한 축소세였던만큼 12월 증가폭이 전달보다 작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아예 마이너스로 반전된 것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12월 고용쇼크는 무엇보다 자영업자 몰락의 영향이 크다.내수 경기가 극도로 침체되면서 자영업주들의 휴폐업이 본격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비임금근로자수는 전년 같은 달에 비해 9만7000명 줄어 들었다.임금근로자 중에서는 상용근로자보다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임시근로자는 9만4000명,일용근로자는 13만8000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자 200만명 시대 올수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실업자 수는 149만명에 달했다.전년(57만명)에 비해 단숨에 92만명이 늘었다.실업자의 개념을 좀 더 넓힌 ‘실질적 실업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구직단념자,‘그냥쉬었음’ 등)는 200만명이 훨씬 넘었다.97년엔 전년보다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던 비경제활동인구가 98년 갑자기 85만명으로 늘어난 데서 나온 분석이다.취업자 수도 97년 2121만명에서 98년 1994만명으로 128만명이 감소했다.

경기침체의 수위를 비교해볼 때 그 때의 고용대란이 올해에도 재연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늘어나고 있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12월 고용쇼크는 한국 경제가 고용한파의 기나긴 터널로 들어서는 입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1998년에도 1월 취업자가 전년 같은 달 대비 8만7000명 줄어들면서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이듬해 4월까지 무려 16개월간 증가세로 반전하지 못했다.기업 구조조정이 정점을 이뤘던 1998년 8월에는 무려 159만2000명이 한꺼번에 직장을 잃는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침체 속도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하다

고용 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표인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금 상황이 외환위기 이후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제작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14.1% 감소했다.역대 최대 감소폭이었던 1998년 7월 -13.9%보다 상황이 더 안좋고 1975년 광공업생산지수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악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차후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지표인 선행종합지수가 12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인 설비투자와 국내건설 수주가 각각 18%와 35.4% 감소했다는 사실이다.지금의 경기하락만으로도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데 앞으로는 이보다 더 힘든 시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