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자동차를 구입한 지 1년 내에 해고될 경우 차를 되사주는 이른바 `반납 서비스 제도'를 시행키로 한 것에 미국 언론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13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와 NBC 방송 등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미 풋볼리그(NFL) 슈퍼볼 경기에 붙인 광고를 통해 실직자의 재정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파격적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고 알리자 평소 TV 광고를 눈여겨 보지 않는 미 소비자들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광고를 주시하고 있다.

미 소비자들은 "저게 무슨 말이지?"라고 서로 물으며 풋볼 경기 장면 전체를 녹화해 광고를 다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머큐리뉴스는 전했다.

현대차 광고 카피는 `지금 당장 현대자동차 아무 차종이나 사라. 만일 내년에 당신이 직장을 잃고 수입이 없어지면 우리가 반납받겠다'고 돼 있다.

현대차 마케팅은 경기 침체가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광고이자 자동차 회사가 사실상 고객의 자동차 구입비용을 모두 지불한다는 취지를 담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 유수의 자동차 업체들이 지난주 또 한 번 엄청난 판매 부진 사실을 공표했던 상황에서 `수입이 없어지면'이라는 문구는 미국의 많은 소비자들의 걱정거리를 현실감있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현대차 광고 대리인은 "광고 문구 속에는 고객에 대한 현대차의 신뢰가 담겨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을 서로 분담하며 함께 헤쳐나가자는 취지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소비자들이 대부분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기를 쓰고 있는 상황에 있어 반납 마케팅이 판매 증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실업률이 계속 급증하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될 경우 현대차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