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도 속 가스 공급 루트 다양화 모색할 듯
러-우크라 가격 분쟁은 미해결

새해부터 유럽을 뒤흔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이 일부 해결되면서 13일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이 재개됐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즈프롬은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각)를 기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재개했으며 일단 이날 하루 7천600만㎥ 상당의 가스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과 국영 베스티 TV 등이 보도했다.

가즈프롬 관계자는 "발칸 국가와 터키, 몰도바에 가스가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산 가스 유용설을 제기하면서 지난 7일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지 6일 만에 가스 공급이 이뤄지게 됐다.

시험 공급에 이어 유럽 소비국가들에 도착하려면 거리와 가스압 상승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최소 2~3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2일 오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감시단 파견과 관련한 새로운 의정서에 최종 서명했고 러시아는 가스공급 재개를 약속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최초 합의한 의정서에 몇가지 부록 사항을 첨가하면서 러시아의 반발을 샀고 이 때문에 합의문 재검토와 새 의정서 서명 작업이 이뤄지면서 가스 공급 재개가 예정보다 지연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31일 우크라이나와 가스 채무 및 올해분 가스 공급가를 두고 벌인 협상이 결렬되자 새해 첫날인 1월1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의 80%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중동부 유럽, 발칸 국가들에 가스 부족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7일 러시아는 일주일 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산 가스 8천600만㎥를 불법 유용했다면서 유럽행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 수십만 명이 추위에 떨어야 했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유럽 18개국이 이번 분쟁의 희생양이 됐다.

지난 2006년 1월 가스 중단사태 이후 3년 만에 홍역을 치른 유럽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스공급 루트 다양화 등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유럽행 가스 공급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아직 양측 간 가스 가격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우크라이나 국내로 통하는 가스 밸브는 열리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는 현재 올 1ㆍ4분기 가스 가격으로 1천㎥당 450달러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200~235달러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내는 가스 통과료도 유럽 시장 가격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최초 250달러를 제시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이를 거절하자 협상가를 418달러로, 이어 450달러로 올렸다.

우크라이나는 전날 가스 통과에 따른 가압기 운용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가스에 대해서는 대금 지급을 할 용의가 없다고 말해 가스프롬 측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를 통한 가스공급을 중단한 이후 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러시아는 가스 가격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가스는 시장 가격으로 공급돼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