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씨티그룹이 핵심자산 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구원투수로 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전 회장(60 · 사진)을 선임키로 했다. 지난달 타임워너 회장에서 물러난 파슨스는 씨티그룹 사외이사로도 일해와 씨티 경영 현안에 밝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현 빈프리트 비쇼프 회장이 물러나고 대신 파슨스가 취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1991년 타임워너와 인연을 맺은 파슨스는 2000년 AOL(아메리카온라인)과의 합병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2001년 CEO를 맡은 후 2003년 회장에 올랐다. 이후 경영 수완을 발휘하며 미디어업계의 거물로 떠올랐다. 타임워너에서 일하기 전에는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고위 보좌관과 넬슨 록펠러 전 뉴욕 주지사의 법률고문을 역임했다.

파슨스는 "이사진이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믿고 있다"며 "팬디트의 CEO 자리가 위험하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파슨스의 이 같은 발언은 대규모 손실로 곤경에 빠진 씨티그룹 경영진이 증권사인 스미스바니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나온 것이다.

시장에선 씨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로버트 루빈 고문이 물러나고 파슨스 사외이사가 회장직을 맡게 되면 기업분할을 통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소매금융 자산운용 카드 사업 등을 모두 거느린 백화점식 종합금융업을 추진해왔다. 팬디트 CEO는 2007년 말 취임 직후만 해도 현 사업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최근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사업 구조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팬디트 CEO는 오는 22일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분할 매각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