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녹색 성장'을 주요 국정 기조로 내세워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의 대표 산업인 전자업계도 경쟁적으로 친환경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폐(廢)전기전자제품처리법안(WEEE), 위험물질제한법안(RoHS) 등 각종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친환경'이 단순히 캠페인성 구호가 아니라 전자업체들의 필수 생존 전략이 됐기 때문이다.

◇ CES 친환경.절전 제품 쏟아져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2009 CES'에서 삼성전자, LG전자는 공통으로 발광다이오드(LED)를 광원으로 사용한 TV를 주력 제품으로 선보였다.

LED TV는 기존 LCD TV와 달리 오염 물질인 수은을 사용하지 않고 전력 효율도 높은 대표적 친환경 전자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전시 부스 내 에코(Eco) 코너를 따로 마련, 친환경 디자인상을 받은 'LUXIA LED TV'와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휴대전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전분 휴대전화는 브롬계 난연제와 PVC 등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호르몬 논란으로부터 자유롭다.

LG전자도 부스 전면에 최대 80%가량 전력을 아낄 수 있는 친환경 LED TV를 배치하고 태양광으로 1시간에 1천800와트(W)의 전기를 얻어 휴대전화 수십 대를 동시에 충전하는 '스카이 충전' 코너를 마련, 친환경 기술력을 뽐냈다.

국내 업체뿐 아니라 해외 경쟁업체들의 이번 전시 포인트 역시 '친환경과 절전'이다.

소니는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고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차세대 태양전지, 태양광을 이용한 램프, 소비전력을 40% 줄인 '에코 브라비아' TV 등을 선보였다.

모토로라도 재활용 식수병(페트병)으로 만든 친환경 휴대전화를 전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 삼성.LG전자 대대적 온실가스 감축 계획
전자업계는 이처럼 제품에서뿐 아니라 가전.반도체 등의 생산 과정에서부터 환경 친화적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이번 CES를 통해 "2012년까지 연간 7만5천t, 2020년까지 생산시스템과 프로세스의 최적화, 저효율 설비 교체 등을 통해 연간 15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계획대로라면 2012년과 2020년 온실가스 매출 원단위(단위 생산액 당 배출량)는 작년보다 각각 25%, 60% 줄어든다.

아울러 제품의 에너지 효율성을 2007년 대비 15% 정도 높여 전력 사용 절감 등을 통해서도 2012년까지 1천200만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추가로 얻겠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세계적 온실가스 검증기관인 노르웨이 DNV로부터 온실가스 관리 체제와 배출량 관리가 국제규격에 적합하다는 인증서를 받았다.

제품별로는 고효율 개발 5개년 기술로드맵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현재 미국 50개 주 160개 지점에서 자사 제품 수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생산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10년까지 2001년 대비 45% 감축할 계획이다.

2006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818만t 규모다.

목표달성을 위해 총괄사업조직별로 에너지 감축 목표를 설정, 기존 생산시설의 공정과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고 신규 생산시설은 전력소모가 적은 것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은 앞으로 증설 신규 설비의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인 과불화탄소(PFCs) 배출량을 각각 25% 이상, 95% 이상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2004년부터 제품 개발 단계부터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에코디자인 평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제품의 자원효율성.환경유해성.에너지효율성 등을 평가, 자체 기준을 충족해야만 출시하는 시스템이다.

또 공정의 친환경성이 입증된 협력업체만을 '에코파트너'로 인증하고, 위험물질제한법(RoHS)에 적합한 부품만을 사용하고 있다.

◇ 하이닉스 "환경 경영으로 위기 극복"
하이닉스 역시 비상 경영 상황에도 불구, 환경 문제에는 소홀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하이닉스의 '2009년 환경경영 추진 계획'에 따르면 설계-생산-판매-폐기 등 모든 단계에 친환경 프로세스를 갖추고, 공정에서 사용되는 폐수의 실리콘을 재활용하거나 폐산(질.불산)을 농축해 다시 사용함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과 경영난 극복을 동시에 노린다.

아울러 청주 공장의 방류수를 인근지역 산업단지나 생태공원에서 활용하거나, 철강업계와 네트워크를 구성해 하이닉스가 배출하는 폐산(질.불산)을 철강업체들이 다시 쓰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이닉스 이천 공장은 2007년 이후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따뜻한 물을 인근 논에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과불화탄소(PFCs) 등 온실가스 관리시스템 구축과 온실가스 감축 전담반 운영, 청정개발체계(CDM) 참여 등 그동안의 환경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로부터 '빙하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해외 전자업계들도 앞다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온실가스 원단위를 2021년까지 2005년 대비 30%, 월풀은 2012년까지 총 배출량을 2007년보다 6.6% 줄일 계획이다.

도시바와 히타치는 모두 2025년까지 총 배출량을 각각 3천600만t, 2천만t 감축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