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경기침체 탓 유류세 환원분 만큼은 안 올라

유류세 인하조치가 새해 들어 종료되면서 기름값 전반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제주도와 수도권의 기름값이 여타 지역에 비해 유별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망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12월31일 ℓ당 1천296.70원이었으나 이튿날인 새해 1일에는 1천345.47원으로 하루만에 48.77원 급등했다.

같은 날 전국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1천298.89원으로 10원 가량 오른 것에 비하면 평균가격과 상승폭이 지나치게 두드러진 모습이다.

제주지역 평균가는 지난 8일에도 ℓ당 1천351.95원으로 새해들어서만 55.25원 올랐다.

서울지역은 지난해 12월31일(1천352.75원)에서 1월1일(1천372.95원) 하루간 상승폭이 20.2원으로 제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이후 급상승세로 돌변해 8일에는 ℓ당 1천402.98을 기록, 8일간 상승폭이 50.23원으로 제주에 버금갔다.

인천과 경기도 지난해 12월31일부터 8일까지 상승폭이 각각 41.46원, 32.99원으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수도권과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들은 서울, 제주의 상승폭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광주는 지난해 12월31일 ℓ당 1천273.20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이 지난 8일 1천274.95원으로 고작 1.75원밖에 오르지 않았고 대구(9원),전남(8.98원) 등도 유류세 인상의 영향이 미미하게 나타났다.

물론, 1일부터 오른 휘발유의 세금은 ℓ당 83원으로 제주를 포함한 어느 지역도 세금이 오른 만큼 유류가격이 오르지는 못했다.

극도의 경기부진으로 판매가 줄면서 주유소들이 함부로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데다 주유소 판매가격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싼 주유소를 찾아 발품을 파는 소비자들이 늘어 경쟁이 격심해진 점도 주유소들이 세금 인상분을 모두 가격에 전가시키지 못했던 요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8일 서울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400원을 넘었으나 중랑구 O주유소는 판매가격을 ℓ당 1천235원이라고 신고해 평균가보다 무려 168원 가량이나 쌌고 영등포구의 K주유소도 휘발유값을 ℓ당 1천259원으로 게재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주유소들의 판매물량이 줄어들 조짐을 보이는데다 주유소간 경쟁으로 유류세 인상분을 세금이 완전히 반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