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경기회복 돼도 고용 회복은 더뎌"

신년 들어 미국 기업들의 인력 삭감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실업자 수 증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사가 4천500명의 고용인력 해고 방침을 밝혔고, 앞서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는 8일 1만5천명의 인력을 일시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EMC와 레노보 그룹, 다임러 트럭 등도 각각 2천명 이상의 고용 감축 계획을 발표하는 등 새해 들어 일주일여 동안에만 무려 3만명의 해고 계획이 발표됐다.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운영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즉각적인 해고 외에도 근무시간 감축, 임금과 상여금 동결 또는 삭감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어서 해고와 마찬가지의 운명에 처하는 근로자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보도했다.

소형 비행기 제조업체인 하우커 비치크래프트사는 8일 급격한 주문 삭감과 취소로 인해 아직 숫자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1만명의 직원 가운데 500명 이상을 해고할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스틸 홀딩스사 역시 앞서 5%의 임금 삭감 이후 추가로 정규직 직원의 일부를 해고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창문 제조업체인 앤더스사는 자발적인 조기 퇴직 프로그램과 잠정적인 일시해고, 주당 작업시간 단축 등을 종업원들에게 제안했다.

지난 12월 여론조사기관인 왓슨 와트가 117명의 미국 기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23%가 향후 12개월동안 고용인력 해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15%의 응답자는 상여금과 고용 동결, 출장이나 직업훈련의 축소, 건강보험의 피고용자 부담 비용 증액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머서 컨설팅의 임금 전문가인 스티브 그로스는 오는 6월까지 기업들의 3분의 1이 임금을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4개월 전 임금 인상계획을 세웠던 기업들도 이를 취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이 기존의 약 3.5-4%에서 2.5-3%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UBS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의 경기침체 양상에 대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비 지출을 약화시키고, 이는 소매 분야 등에서의 또 다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워스 페린 컨설턴트사의 레이빈 제스서전 사장은 "고용시장의 악화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 경기 침체가 그해 11월께 종지부를 찍었다고들 말하지만, 고용시장은 2003년 말까지도 회복되지 않았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올해 말께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고용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훨씬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