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승승장구하는 롯데그룹이 증권사 인수에도 나설지 주목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국내 소주시장에서 진로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하는 두산 주류사업을 5천3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작년 12월 코스모투자자문을 629억원에 인수했고, 롯데제과는 작년 9월 네덜란드 초콜릿회사 길리안을 1천700억원에 사들였다.

롯데쇼핑도 작년 10월 네덜란드계 대형마크 마크로 인도네시아 점포 19개를 3천900억원에 넘겨받았다.

부산은행 지분도 꾸준히 늘려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하며 금융권으로 손을 깊게 뻗은 롯데그룹은 우량 증권사가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매물이 없으면 증권사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롯데그룹이 증권사 인수에 나선다면, 유진투자증권이 첫 대상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대우증권과 웅진캐피털이 지분을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르네상스PEF가 최근 인수했다.

사모투자펀드(PEF)는 속성상 경영을 목적으로 회사를 사는 게 아니라 샀다가 더 비싼 값에 되파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롯데그룹과 이해만 맞아떨어진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최대주주 지분이 낮아 적대적 인수 대상으로 종종 거론되는 대신증권도 인수대상 리스트에 올릴 수는 있지만, 롯데그룹이 적대적 M&A에 적극적인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교보증권의 경우도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최근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절차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역시 가능성은 적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내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시발점으로 금융계의 합종연횡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문어발' 사업 확장을 하고 있는 롯데그룹이 증권업에 얼마나 큰 관심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롯데의 행보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성용훈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주가가 많이 내린 지금은 가격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증권사를 새로 설립하는 것 보다는 알짜 증권사를 인수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