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 찾아 산으로… 공장도 잇따라 멈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으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이 사흘째 중단되면서 유럽 각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영하 20도 이하의 기록적인 혹한이 몰아치는 가운데 일부 국가에선 주택 난방이 끊기면서 사람들이 석탄과 나무 등 땔감을 찾아 나서고,공장들도 연료 부족에 허덕여 잇따라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스 공급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유럽 국가는 총 18개국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동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가스 공급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해 온 불가리아는 지난 6일 이후 현재까지 4만5000여가구가 난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일부 학교는 휴교 상태다. 철강과 조선업체들도 가스 배급제 실시로 조업 단축에 들어갔다.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하는 슬로바키아는 지난 6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가스 대안으로 옛 소련 시대 때 사용되다 폐쇄된 낡은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려 하고 있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가스 사용이 많은 대형 공장에 생산 중단을 요청했으며,1000여개 회사와 병원 학교에도 가스 사용 감축을 지시했다.

연간 가스 수요의 60%를 러시아에서 공급받는 헝가리에선 정부가 발전소 연료를 가스 대신 석탄이나 석유로 바꾸도록 지시했으며,공장 가스 공급을 배급제로 전환했다. 또 부다페스트 국제공항은 난방용 천연가스를 중유로 대체했다.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선 지난 7일부터 약 7만가구의 난방이 끊기면서 시민 20만여명이 추위에 떨고 있다. 이 때문에 가전제품 매장은 전열기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난방용 땔감을 장만하기 위해 사람들이 전기톱을 들고 숲으로 들어가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동유럽 현지 한국 공장들도 이번 사태의 불똥을 맞았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8일부터 이틀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은 가스 부족으로 지난 7일 오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가 하루 만에 재개했지만 타이어 1만5000개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동유럽보다 상대적으로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서유럽도 가스 공급 중단의 충격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프랑스의 경우 7일 가스회사인 GDF-수에즈가 "가스 공급이 평소의 70% 정도로 줄었다"고 발표하면서 가스 대체재인 휘발유나 경유값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미리 기름을 사두려는 사람들이 주유소로 몰리고 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