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인 한화 측에 그룹 자산 매입안을 제안함에 따라 교착 국면에 빠졌던 매각 작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제안은 작년 말 발표된 한화그룹 자산 매입 검토안보다 더 진전된 내용인 만큼 산은이 인수자금 납부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던 한화 측에 한발짝 다가선 형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은이 경기하락으로 자금난에 처한 한화에 그룹 자산을 매입해 주겠다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싼 값에 자산을 샀더라도 3∼5년 뒤 팔아 차익이 남으면 이를 돌려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로서는 반길 만한 사안이라는 것.
대신 산은은 인수대금 분할 납부 등 당초 맺은 양해각서 내용을 변경해야만 가능한 한화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이번 제안까지 거부되면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니 이행보증금을 몰취하겠다고 못박았다.

산은은 이번 제안을 통해 공을 한화 쪽으로 넘긴 셈이다.

한화는 산은의 제안이 진일보한 내용이라며 환영하면서도 어떤 `코스'로 공을 쳐 넘길지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산은이 자산매각 차익을 3∼5년 뒤에 보전해준다고 해도 당장 자산을 싼 값에 팔아야 하므로 인수자금 확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해각서를 고칠 수 없다는 산은의 방침을 거슬러 또다시 대금 분납 등을 요구하면 사실상 매각은 물건너간다는 판단도 한화의 고민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조만간 한화는 양해각서 내용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인수자금 조달과 납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안을 찾아 산은 측에 제안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화가 양해각서의 윤곽 내에서 마련할 만한 제안 내용으로 인수가격 조정폭 확대나 산은의 자금 차입 주선 등을 예상하고 있다.

가령 가격조정폭을 3%에서 5% 이상으로 올려 달라거나 산은에서 비교적 부담이 적은 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요구 역시 다른 인수합병 사례와 비교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어서 한화가 쉽사리 제안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인지, 제안을 했더라도 산은이 관심을 가져줄 것인지 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결국 한화가 산은에 큰 부담을 안기지 않으면서도 자금조달 및 납부에 편의를 봐 달라는 취지로 요구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낼지가 시한이 임박한 대우조선해양 매각 성사 여부에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