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 91일물) 금리가 급락함에 따라 기존 대출자들은 이자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은행들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자금을 만기가 긴 정기예금이나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탓에 예금자 또는 은행채 매수자들에게는 높은 금리를 계속 줘야 하는 반면 변동금리 대출자들에게는 CD 금리 인하폭만큼 깎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CD 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 달 만에 2.25%포인트 떨어졌다. 석 달 전에 비해서는 2.7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로 1억원을 빌린 사람들은 3개월 만에 연간 이자부담이 271만원 줄었다. 월 이자로는 석 달 만에 23만원 가까이 감소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의 이자 수입이 크게 줄어 수익성이 악화될 전망이다. 은행들은 작년 10월께 유동성 확보를 위해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연 7%대의 금리를 줬다. 이에 비해 은행들의 3개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 초반에서 5% 중반 수준에 불과하다.

작년 말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39조원으로 이 중 CD 금리에 연동된 대출액은 전체의 80% 이상인 200조원가량으로 파악된다. 반면 은행이 CD로 조달한 금액은 CD 연동 대출액보다 100조원 가까이 적은 102조원에 그치고 있다.

은행 전체 자금으로 확대하면 은행이 입는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기업대출 등에서도 CD 연동 금리를 적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경우 예금상품과 은행채가 전체 조달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5%,18%이며 CD는 5%에 그치는 반면 CD 연동 대출이 운용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신규 대출의 가산금리를 인상할 채비를 하고 있어 새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CD 금리 인하 혜택을 많이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