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중에 돈이 안풀리면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최고 0.75%p 인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가 9일 본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한은 금통위가 9일 열리는 새해 첫 금리 결정에서 기준 금리를 연 2.5%로 0.5%p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샤론 램 애널리스트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이 작년 9월 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총 2.25%p 금리를 끌어내리는 등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다"며 "한은이 올해 중반경 정책금리를 1%대까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증권도 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p 인하해 2.5%로 낮출 것으로 예상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이 지난 12월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 높다"며 "최고 0.75%p까지 인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은은 지난달 1%p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을 독려한 바 있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후 1시 50분 현재 전날보다 0.10%p 떨어진 3.35%, 국고채 5년물은 0.11%p 하락한 3.81%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 금리 상승세에서 급반전한 것. 분위기를 바꾼 것은 기업은행의 CD(양도성 예금) 금리 체결가다. 이날 기업은행은 3개월 만기 CD를 1000억원 발행했고, 금리 2.90%에 체결됐다. 전날 91일물 CD금리 종가(증권업협회 기준)가 3.92%였던 것에 비해 1.02%p나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부처간 긴밀히 선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한은과 기획재정부의 관계에서 후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채권시장은 이를 두고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원하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예상치 0.5%p를 뛰어넘는 0.75%p까지 내릴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또 "기업은행의 CD금리가 낮게 체결된 것도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은이 지난해 9월 금융위기 이후 다섯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은행들이 자금줄을 틀어쥐고는 시중에 돈을 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한은 발표한 '2008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들은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도 연말을 앞두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과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대출을 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2조8000억원, 중소기업은 3조8000억원이 각각 줄어 기업대출은 총 6조6000억원이 감소했다.
기업대출 잔액이 준 것은 2007년 12월(-4조2000억 원) 이후 1년 만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더이상 정부의 압박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생각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은행들이 연말 BIS 비율을 내세워 돈줄을 놓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은이 어디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2월 금통위에서 이성태 한은 총재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기 직전의 기준금리 레벨을 공개모집한 바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유동성 함정은 시장금리와의 관계다. 총재 질문에 있어 기준금리를 시장금리로 치환해 유동성 함정 라인을 따져보고, 시장금리와 기준금리와의 적정 스프레드를 추정하는 방법을 생각해본다면 추가적으로 최대 1.5%p까지는 인하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권영선 노무라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7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상당히 나쁘게 나왔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을 1.3%에서 -2.0%으로 하향 조정한다"며 "한은이 9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75%p 인하할 것이며 1분기까지 1.50%로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