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 기피..정부구도 차질

정부가 이달 중순부터 가동할 예정인 은행권 자본확충펀드에 우리은행 등 일부 정부소유 은행만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일반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한 뒤 기업 지원과 구조조정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정부의 당초 구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소속 자회사들은 작년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본자기자본(Tier1) 비율이 9% 미만으로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은 2조 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해 자본확충펀드에 넘기는 방식으로 작년 말 기준 7%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BIS 비율을 9%대로 높일 방침이다.

광주은행과 경남은행도 연말 BIS 비율(이하 Tier1 기준) 추정치가 각각 7.4%, 7.8%로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농협과 수협도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연말 BIS 비율이 6%대로 추정된다"며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자본확충펀드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 은행이 모두 BIS 비율 권고치 9%를 맞추기 위해 자본확충을 신청할 경우 지원규모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농협과 수협은 당초 자본확충 권고대상이 아니지만 펀드의 지원을 요청할 경우 지원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초 13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 올해 초까지 BIS 비율 9% 달성을 위해 11조원 정도 자본을 확충하라고 권고했었다.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이들 은행은 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5조8천억 원 규모로 기본자본을 확충했다.

아울러 환율 하락과 주가 상승으로 은행들의 BIS 비율이 다소 개선돼 자본확충 신청 은행이 정부의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작년 말 BIS 비율 추정치가 각각 9%, 국민은행은 9% 후반대로 모두 당장 펀드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는 외환은행은 BIS 비율 추정치가 8% 중반으로 예상되나 지원을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BIS 비율이 9%를 상회해 지원신청을 할 필요가 없다.

대구은행, 부산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등 우리금융지주 소속 은행을 제외한 4개 지방은행은 BIS 비율이 9%에 미달하나 연초 대주주 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체적으로 기본자본을 확충할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정부가 직접 출자해 자본을 확충해주기 때문에 펀드의 지원이 불필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지원을 신청하면서 경영권 간섭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은행들이 연말까지 자본확충에 열을 올렸다"며 "아직 금감원의 권고치인 BIS 비율 9%에 도달하지 못한 일부 은행들도 가능하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