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상한가… KB·신한·하나금융도 급등
조선·건설 등 구조조정 부담완화 전망도 한몫

은행주가 오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초강세를 보였다. 금통위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인 1%포인트나 낮춘 뒤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에서 기준금리 인하효과가 나타나면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은행주를 중심으로 새해 증시를 달구고 있다.

건설 · 조선사의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의 부담이 당초 우려보다 작을 것이란 분석도 은행주 강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금통위의 금리 인하가 사실상 막바지 국면에 이르고 있는 만큼 계속해서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은행주 증시 상승세 주도

5일 코스피지수는 16.17포인트(1.40%) 오른 1173.57로 장을 마쳐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엔 1185선까지 치솟았다. 은행주가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끌었다. 8거래일 만에 반등한 우리금융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KB금융과 하나금융도 각각 14.45%와 10.24% 뛰었다. 여기에 신한지주가 9.15% 상승으로 가세하면서 금융지주사 4곳 모두 급등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외환은행이 13.82% 오른 것을 비롯 기업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이 7% 넘게 상승해 은행업종지수가 10.64%나 뛰었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투자분석팀장은 "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투자자들이 이를 은행주의 호재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통화당국이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상반기에 2%까지 낮출 것이란 전망이 시장의 컨센서스"라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은행은 예금금리를 즉시 낮추고 대출금리는 인하 시기를 늦춰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리 인하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 기업 부실 우려로 짓눌렸던 은행주 주가에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이날 은행주 주도로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7거래일 만에 5조원대를 회복했다.

◆'구조조정'으로 은행 건전성 개선 기대


전문가들은 그동안 은행주의 발목을 잡아왔던 건설과 조선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돼 은행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구조조정이 되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이 가장 많은 우리금융이 이날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정광 LI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실물경제의 창으로 통하는 은행주가 그동안 경기 침체와 금융리스크에 눌려 있다가 건설과 조선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하 막바지 국면 유의해야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 증시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 반등의 주역은 금리 인하였다"며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사실상 '제로금리'를 선언하고 금통위의 금리 인하 여력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금리 인하 효과는 막바지 국면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지난달 금통위의 사상 최대폭 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등 효과가 나타난 것은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며 "이번주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낮추면 앞으로는 금리 인하가 강력한 호재로서의 기능을 상당부분 잃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은행주의 급등은 키맞추기 성격이 짙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팀장은 "지난해 말 조선 철강 등이 증시를 주도하고 증권 건설 등도 연말 장세에 가세했지만 은행주는 그동안 수익률이 부진했다"며 "이런 상황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날 급등세를 보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