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집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 주력 분야의 성장 정체로 위기를 맞고 있는 통신업계의 올해 화두는 차세대 먹거리 발굴과 기업 인수ㆍ합병(M&A) 등을 통한 이합집산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TV(IPTV),와이브로,인터넷전화,모바일 인터넷 등 차세대 시장 선점 경쟁은 물론 유ㆍ무선 통합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통신 계열사 간 합병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키워드는 '결합'

기존 가입자를 둘러싼 '땅따먹기' 경쟁이 올해에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휴대폰 가입자가 국민의 94%인 4550만명에 달하고,초고속인터넷 가입자도 1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집전화 가입자는 벌써 지난해를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신사들이 작년부터 기존 가입자를 붙들어 두기 위한 수성 전략에 올인하는 이유다. 통신업계는 결합상품,의무약정,가족할인 등을 앞세워 가입자 이탈 방지에 주력하면서 인터넷전화 IPTV 등 신규 서비스로 다른 업체 가입자를 빼앗으려는 싸움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와 KTF의 합병이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KT가 합병을 통해 유ㆍ무선을 통합한 통신기업으로 변신할 경우 다양한 유ㆍ무선 결합 상품으로 시장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그룹 내 통신계열사 간 합병 바람도 거셀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과 휴대폰이 중심이 돼 온 결합 상품의 간판은 인터넷전화와 IPTV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집전화에 비해 평균 30% 저렴한 인터넷전화는 작년 10월 말 번호이동제 시행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 KT경영연구소는 인터넷전화 시장 규모가 올해는 작년에 비해 600억원 증가한 2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부터 본격 상용서비스 되는 KT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의 IPTV도 기존 케이블TV와 스카이라이프가 주도해온 유료 방송시장에 판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통신가입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카드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먹거리를 찾아라

성장 정체 속에도 올해 중에 제4,5 이동통신사업자가 등장,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무선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는 이미 휴대폰처럼 음성통화를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유선통신사업자인 KT가 이동통신사업자로 간판을 바꾸게 됐다. 또 올해 중에 2.3기가헤르츠(㎓)의 와이브로 여유 주파수는 신규 사업자에게,황금 주파수대역인 800~900메가헤르츠(㎒)는 후발 또는 신규사업자에게 재배치된다. 통신망을 갖고 있지 않은 사업자가 기존 통신업체의 설비를 빌려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상통신망(MVNO)사업도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올 한 해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IPTV와 모바일 인터넷 등이 올해 최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향후 5년간 8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는 IPTV는 기존 유료방송과의 차별화를 위해 교육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다. 초ㆍ중ㆍ고등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을 겨냥한 교육 콘텐츠 보강에 나서고 있다.

오는 4월 휴대폰의 위피 의무 탑재 폐지를 계기로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뜨거워지게 됐다. 애플 아이폰 등 스마트폰은 모바일 인터넷을 쓰기가 편해지고 웬만한 PC 작업까지 할 수 있어 모바일 빅뱅이 예고되고 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