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재고·소비·투자 '암울'
경기침체 예상보다 빨라


11월 광공업 생산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4.1% 감소해 1975년 광공업 생산지수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저치는 외환위기 당시의 -13.9%(1998년 7월)였는데 그때보다 경기가 더 급격하게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출하,소비,투자,경기동행·선행지수 등 다른 경기지표들도 일제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줬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1%,전달보다 10.7% 각각 감소했다. 반도체 및 부품이 작년 같은 달보다 25.6% 줄어든 것을 비롯해 휴대폰 등 영상음향통신(-23.8%),자동차(-16.2%)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생산자 제품 출하도 생산과 비슷한 수준인 13.4% 감소했다.

수출용 출하가 12.3% 줄었고 내수용 출하도 14.3% 감소해 수출과 내수를 가리지 않고 경기 침체 기운이 역력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전달보다 9%포인트 떨어진 68%에 머물렀다.

생산이 이처럼 줄어드는데도 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생산자 제품 재고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5.9% 늘어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재고 증가율이 출하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압도함에 따라 '재고 출하 순환' 그래프는 완전한 '둔화·하강'에 위치했다.

소비도 꽁꽁 얼어붙었다. 소비재판매 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5.9% 뒷걸음질쳤다. 내구재(승용차 가전 등) 준내구재(의류 직물 등) 비내구재(식품 등)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마이너스였다. 특히 내구재는 16.3% 감소하며 소비 침체 현상을 주도했다.

경제의 미래 동력인 투자도 최악 수준이었다.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8% 감소했고 국내 건설 수주는 35.4% 줄어들었다. 국내 기계 수주(-43.9%)와 기계류 내수 출하(-10.8%)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2.0포인트 하락하며 10개월 연속 떨어졌고 미래 경기상황을 예고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월비 전월차' 역시 -1.3%포인트로 12개월 연속 추락세였다.

내수 부진 여파로 서비스업 생산도 신통치 않아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6% 감소했다. 부동산 및 임대업(-7.6%) 도소매업(-6.5%) 운수업(-5.7%)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주로 타격을 받았다. 이번에 특히 주목되는 것은 웬만해서는 경기를 타지 않는 업종인 교육서비스업까지 4% 감소했다는 점이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