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운행증편, 관광특수 예상, 단기보다 장기호재

17일 10여명의 한국 관광객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의 공항을 통해 비자 없이 미국에 첫발을 디디면서 미국 무비자 입국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렸다.

이에 따라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워싱턴 등 지역에 사는 미주 동포들은 금융위기로 침체위기에 직면한 한인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찾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비자로 미국에 첫발을 디딘 한국인 여행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편리하고 좋았다면서 미국 방문 절차가 빨라지고 편리해졌고 무엇보다 비용이 적게 들었다고 환영했다.

이 때문에 숙박업과 여행업, 요식업 등이 `무비자 호재'로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항공사들은 무비자 시대 개막에 따른 미주지역 관광특수에 대비, 이들 지역에 내달부터 증편운항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침체와 환율 상승 등으로 기대만큼의 효과가 당장 나타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없지는 않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현재도 매월 5-15명이 공항 이민국 인터뷰 후 한국으로 되돌아가는 것과 관련, 무비자시대 이후 이민국의 입국 자격조건 심사 강화로 미국 입국 거부율이 증가해 더 많은 사람이 되돌아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LAㆍ샌프란시스코
LA와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사는 한인 동포들은 미국 무비자 시대 개막으로 그동안 침체했던 한인 경제가 살아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에서 출발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전체 승객 300여명 가운데 5명이 무비자로 LA에 첫발을 디뎠다.

LA한인상공회의소 스테판 하 회장은 "오늘부터 무비자 시대가 열림에 따라 크게 기대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의 경제사정이 워낙 안 좋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A 지역 업계 관계자들도 무비자 시대가 시행되면서 갑작스럽게 수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최소한 3-4개월이 지나봐야 눈에 띄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업계에서는 무비자 시대에 대비해 다양한 상품을 내부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 추이를 봐가면서 신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면서 "처음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여행객 수요가 70∼80%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은 15∼20%의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무비자 시대 개막과 함께 연말 성수기가 오면 승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12월중 운항편수를 증편하기로 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다음 달 15일 서울-LA 노선 운항 편수를 주 12편에서 14편으로 늘리고, 대한항공도 지난 9월 고유가로 운항을 잠정 중단했던 서울-라스베이거스 노선을 내달 16일부터 주 3회 재개하기로 했다.

LA 지역에는 현재 연간 20만 명의 한국인이 방문하고 있으나 비자 면제 후 12∼18개월 내 1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광 명소가 많은 샌프란시스코 지역 교민 사회와 항공·여행 업계 등은 무비자 방문에 따른 관광 수요가 최소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무비자 입국에 따른 관광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방학 시즌 등에 대비하기 위해 내달 24일부터 샌프란시스코 항공편을 주 1회 증편하기로 했으며 내년 중 추가 증편 등을 검토중이다.

서영빈 샌프란시스코 여객지점장은 "무비자 전자여권을 소지한 승객들의 현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상당한 여객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여객 수요에 따라 취항 편수를 계속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금융 위기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현지 교민 사회는 음식점과 여행사, 상가 등이 무비자 고객들이 증가해 다소 활기를 띠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다.

황정식 북가주 한인 무역협회장은 "미 소비 시장이 전방위 침체 상황을 면치 못해 걱정이 많은데 그나마 한국의 무비자 고객들이 늘어날 것 같아 교민 사회로선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부동산 가격이 곳에 따라선 최고 50% 이상 급락해 있어 소비 위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며 "올해 방학 등 시즌이 시작되면 수요 증가 현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뉴욕·애틀랜타·워싱턴
이날 오전 7명의 한국관광객이 처음으로 무비자로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고 애틀랜타에도 3명이 비자를 받지 않고 방문했다.

무비자 방문객들은 무엇보다 방문 절차가 한결 신속하고 편리해졌다고 좋아했다.

무비자로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정정순(70.여.경기도 분당)씨는 "옛날 여권을 전자여권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절차를 잘 몰라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편리하고 좋았다"고 기뻐했다.

동생 병문안 차 미국을 방문한 정 씨는 "여행사나 항공사에 문의했을 땐 위에서 지시가 아직 안 내려왔다고 하기에 다소 걱정을 했었는데 인터넷으로 신청하니 편리하더라"라며 "입국 시에도 입국심사서만 작성했을 뿐 입국 심사관이 아무것도 묻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 준(40.회사원.서울 잠실)씨도 "입국할 때는 똑같았지만 서울에서 신청할 때 인터넷으로 2초밖에 안 걸렸다"면서 "무엇보다 편하고 빠른데다 비용도 들지 않으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타운에 있는 식당인 강서회관의 김병철(39) 지배인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잘 대접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한국에서는 생소한 식당의 팁(봉사료) 문제도 잘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한인회 이세목 회장은 "식당이나 가볼 만한 관광지 등 방문객들에게 도움될 수 있는 내용과 긴급한 일이 있을 때 한인회 연락할 수 있도록 안내 전화번호 등을 담은 책자를 만들어 식당 등에 배포했다"면서 "경제 사정이 어려워서 기대만큼 많은 사람이 방문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애틀랜타 일대의 관광업계도 무비자 특수를 기대하며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비자로 앞으로 남동부지역을 찾는 한국인들이 최대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애틀랜타 도심지는 물론 인근 남동부 지역과 연계한 여행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조지아 남부의 미항인 서배너와 플로리다의 올랜도와 마이애미 그리고 테네시 주(州)의 스모키 마운틴 등을 연결하는 관광상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으며, 웹사이트도 재정비하고 있다.

한인 여행사 관계자는 "그동안 불경기로 고전을 해왔으나 무비자시대를 맞아 한국관광객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시내관광은 물론 애틀랜타 인근 남동부 지역의 관광지와 연계시키는 상품들을 집중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애틀랜타지점의 김청규 지점장은 "무비자 프로그램이 안착되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보다는 증가세가 약하겠지만 애틀랜타를 찾는 한국인들이 증가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애틀랜타-인천 운항노선 대한항공뿐 아니라 델타항공도 취항하고 있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는 만큼 추이를 보면서 증편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 항공이 내년 하반기쯤 애틀랜타 취항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금호타이어가 조지아주 남부 메이컨시에 현지 공장을 건립중이고, 기아자동차 등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점을 고려해 내년 9월경 신규 노선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업계도 애틀랜타의 경우 한국과의 직항노선이 있는데다 LA, 뉴욕 등 대도시보다 부동산 가격이 저렴한 만큼 한국인 여행객의 증가와 함께 한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쇼핑센터나 주택 매입 그리고 땅을 공동구매하는 투자 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워싱턴에는 이날 무비자 방문객이 없었다.

그렇지만 워싱턴 지역 여행사 관계자들과 한인식당 업주들도 당장 여행문의가 증가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성급한 기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인경제에 분명한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는 않았다.

대한항공은 워싱턴 지역에 운항을 주 4회(월.화.목.토)에서 주 7회로 12월 11일부터 늘리기로 했다.

(LA.뉴욕.샌프란시스코.애틀랜타.워싱턴=연합뉴스)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