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FTA) 교섭대표는 10일 미국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신뢰도를 상당히 손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CBS 라디오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이 도하개발어젠다(DDA)를 비롯해 다른 나라와 양자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서명된 협정의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제관례에 어긋나고 미국의 신뢰도를 상당히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진영이 문제삼고 있는 한미 FTA 자동차 협정부문에 대해서도 "자동차 협정은 미국 자동차의 국내 수출과 관련해 관세와 비관세 문제를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미국이) 자동차 재협상을 통해 얻을 것이 없다"면서 "FTA 내용은 미국 측의 충분한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TA 재검토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그는 "그 언급은 우호국가끼리 문제가 있으면 협의해야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일부 부문에 대해 재협상을 하게 되면 이익의 균형이 상실되기 때문에 전면적 재협상 요구까지 진행될 수 있어 특정부문 재협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이 재협상이란 용어 대신 추가 협상 등의 표현을 쓰면서 논의를 요구할 경우에 대해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 협상내용을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것은 어렵다"면서 "이 문제를 건드려서 추가로 할 것이 없으며 어떤 형태로든 협정을 바꿀 경우 이익균형이 깨져 FTA에 대한 국내의 지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한국과 미국이 쇠고기 문제로 추가 협상을 벌인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재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쇠고기 협상은 FTA와 별개의 것이고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른 협상이지 FTA처럼 주고받기 협상이 아니다"며 두 문제의 성격이 다르다고 밝혔다.

오바마의 일부 측근들이 한국 측에 한미 FTA의 연내 비준처리를 요청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는 "그런 입장은 미국 경제계에서 계속 해왔던 이야기"라며 "(한국의 선 비준 처리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고 일부 오바마 측 인사와 접촉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바마 진영 내 FTA 찬성파와 교감이 있는지에 대해 "오바마의 전체적 진영이 확정되지 않아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선거 과정과 (지금은) 다른 측면이 있고 (새 행정부가) 객관적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