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범한 실수 중 하나는 힐러리 클린턴과의 경선이 진행중이던 지난 3월 불거진 `메모 유출' 파문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메모는 오바마 측근이 "오바마의 `보호무역 주의' 발언이 정책이라기 보다 표를 의식한 정치적 책략을 반영한 것"이라고 캐나다 관리들에게 확인해 줬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6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메모 유출 파문이 일자 힐러리는 물론이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 캠프가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고 오바마는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오바마는 더 나아가 미국이 협정에 대한 재협상을 할 수 없다면 협정을 포기해야 한다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메모 유출 파문에 따른 일련의 상황은 오바마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오바마의 발언이 대선 유세 차원의 수사법에 불과한 것인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신념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런던스쿨' 연구원인 마르코 시모니는 "보호무역주의가 전면 부상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왜냐하면 오바마 측근 중에 경제 전문가들이 많고 이들은 보호무역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오바마 측근중에는 자유무역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국제적 자본 이동 문제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이도 있다.

포브스는 오바마의 보호무역주의가 현실화되거나 강화될 경우 유럽은 물론 한국 등과의 무역 마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오바마의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의 당선이 한국에게는 주요 현안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지연시킬 수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 적자 등을 둘러싸고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는 2007년 한미 정부간에 공식 서명 절차까지 거친 역사적인 FTA에 대해 개정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는 대선 후보 토론을 통해 "한국이 연간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은 한국에서 불과 수천대를 팔고 있다"며 "이는 자유무역이 아니며 미국 산업계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양동휴 교수는 "한국인들이 FTA를 모두 걱정하고 있다.

오바마는 재협상을 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재협상이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다"라며 "오바마의 의지에 달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