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위안 결제확대 제의..푸틴 제의, 루블방어 계산도 깔린 듯
금융위기 계기 美 국제경제 주도권 본격 도전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발 금융 위기를 계기로 그간 달러를 기축 통화로 확고하게 유지돼온 국제경제 시스템을 개편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자국 통화들인 루블과 위안화를 사용하는 두 나라간 결제를 적극 추진할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이 같은 움직임이 결실을 볼 경우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세계 1위와 3위 외환 보유국이란 점에서도 달러와 미국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약 2조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5천157억달러 가량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통신 인테르팍스가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자신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이날 회담한 자리에서 한해 500억달러 규모인 두 나라 교역의 "결제를 개선하기 위해 자국 통화들을 더 폭넓게 사용하자"고 제의했다.

푸틴은 이와 관련해 "오늘날 전세계가 달러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인테르팍스는 덧붙였다.

독일 통신 dpa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그간 미국이 금융 위기를 전세계에 '수출'했다고 비판했다면서 국제사회를 고통에 빠뜨린 신용 위기도 '미국의 잘못된 금융시장 관리'에서 비롯됐다고 그가 강조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dpa는 러시아가 이미 보유 외환의 달러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반면 중국은 여전히 보유 외환내 달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dpa는 또 푸틴이 중국측에 자국 통화들을 사용한 결제를 활성화시키자고 요청한 배경에 최근 러시아를 괴롭히고 있는 루블화 가치 하락을 저지하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고르 슈바로프 러시아 제 1 부총리는 27일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월 7일 그루지야 전쟁이 터진 후 지금까지 루블화의 대(對)달러 가치는 13% 가량 하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 지난 9월 초부터 환시장에 개입해 지난 몇 주간 한 주 평균 최대 150억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dpa는 크렘린 당국이 그간 러시아 최대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 등 에너지 대기업들에 달러가 아닌 루블로 결제하도록 압박해왔다고 전했다.

원자바오의 모스크바 방문은 내달 미국에서 소집되는 G20의 '금융위기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28일 원자바오-푸틴 정상회담에서 오랫동안 밀고 당겨온 최대 250억달러 규모의 20년 장기 원유공급 협정도 체결해 에너지 외교에서도 미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협정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는 대신 러시아 동시베리아 원유를 20년간 모두 3억t 공급받게 된다.

러시아는 그간 주요 에너지 수출시장이던 유럽과 '에너지 무기화' 문제로 티격태격하면서 중국을 대안 시장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