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또다시 폭락세로 출발했다.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지수선물은 모두 가격제한선(5%)까지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아시아 증시 폭락에 이어 유럽 증시도 일제히 급락세를 보이며 경기침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다우지수가 다시 폭락한 것은 미국 백악관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공식 인정하는 등 미 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의 영향이 컸다.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다음 주 발표되는 성장률 지표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는 물론 4분기 역시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22일 발표된 씨티그룹의 경기 전망보고서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2%를 기록할 것이며 내년 전체로도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6.1%인 실업률은 최고 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주 신규실업 수당청구건수는 전주 대비 1만5000명 증가한 47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6만8000명를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수치가 40만명을 넘을 경우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한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감원에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실업자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감원을 실시했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실적 악화 전망에 따라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3300명을 추가 해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월가 금융사들이 잇따라 감원에 나서면서 올 한해 월가에서만 직장을 잃는 사람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에 이어 크라이슬러도 올해 1825명을 퇴직시킬 계획이다.

주택시장 침체도 여전히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부동산 전문연구소인 리얼티트랙에 따르면 3분기 주택압류 건수는 76만5558건으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71% 급증했다. 8월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5.9% 하락해 연방주택금융국이 1991년부터 수치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제전문 CNBC방송은 증시가 내년초까지는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VIX지수는 아직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이날 VIX지수는 85를 넘어섰다. VIX지수는 높을수록 투자자들의 공포가 크다는 걸 의미한다. 자금시장의 정상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3분기 어닝시즌을 맞이해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미 기대감은 낮아질 때로 낮아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면서 거래량은 늘지 않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9월 기존주택 매매가 예상외로 전달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바닥에 이른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9월 기존주택 매매는 8월 대비 5.5% 증가한 518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 0.8%를 크게 넘어서는 것으로 2003년 7월 이후 가장 큰폭의 증가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용어설명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주식시장에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미국에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주가대폭락) 이후 처음 선보였다.뉴욕증권거래소의 경우 다우지수가 11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면 주식거래가 30분~1시간 중단된다.국내에서도 1998년 12월 도입됐다.코스피지수나 코스닥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 이상 하락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모든 주식거래를 20분간 중단시킨 뒤 이후 10분간 호가를 접수해 매매를 재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