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ㆍ주가 급락 … 물가도 치솟고 외채부담 가중

금융위기가 도미노식으로 번지면서 동유럽이 초토화되고 있다.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의 화폐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외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동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시가 폭락하고 있고,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틱 3국은 10여년 만에 경기 침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최근 자국 화폐인 흐리브냐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증시가 요동치자 국제통화기금(IMF)에 100억~150억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이웃나라인 헝가리는 이날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50억유로를 지원받기로 했다.

치솟는 물가도 동유럽을 흔들어놓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8월 물가상승률이 작년 동기 대비 24%에 달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에 합류한 불가리아도 10%대가 넘는 인플레이션을 보이고 있다. 이는 EU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시 폭락으로 투자자들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증시에선 지난 2개월간 144억달러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러시아 최대 갑부인 올레그 데리파스카(개인자산 286억달러)는 최근 주식이 폭락하면서 16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다.

경제 성장세도 뚜렷이 꺾이고 있다. IMF는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는 성장이 더욱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중·남동 유럽의 올해 성장률이 평균 5.0%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3.5%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의 성장률은 올해 7.0%에서 내년엔 5.5%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국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외채를 꼽았다. 최근에는 동유럽 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외화 자금도 크게 줄어들고,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버글로프는 "최근 동유럽은 미국과 서유럽에서 번진 금융위기로 혹독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며 "일부 국가들은 국제기구의 지원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16일 이틀간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성명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계 지원을 통한 실물경제 부양에 총력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정상들은 또 EU집행위원회에 금융시장을 감시하는 합동시스템 구축과 금융위기에 대응한 조직 창설 등도 요구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