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이 원ㆍ달러 환율 급등과 월말을 앞둔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채권 금리가 요동을 치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9일에는 장 막판 저가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면서 채권 금리가 소폭 내림세를 보이긴 했으나 소규모 거래에 금리가 오르락 내리락하는 불안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고채와 일반 회사채 및 은행채 간 수익률차(스프레드)가 여전히 큰 데다 회사채는 매수세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어서 시장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3년만기 국고채는 장중 한때 0.03%포인트 상승하기도 했으나 마감 직전 매수세가 일부 들어오면서 0.03%포인트 내린 연 5.98%에 거래를 마쳤다. 5년만기 국고채도 0.03%포인트 내린 연 6.01%에 마감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다 3분기 말 결산을 앞두고 사실상 채권을 팔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강해 은행들이 은행채도 매수하지 않는 등 불안한 모습이 여전했다. 오전에 진행된 한국도로공사 6년물 1500억원 채권입찰이 전액 유찰되는 등 일단 현금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심리가 강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하면서 채권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었다"며 "은행채와 회사채 투매에서 비롯된 지난 주말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통안채 입찰에 나서지 않을 정도로 시중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있으나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리먼브러더스 관련 채권에 물린 일부 금융기관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은행채 통안채 등 고유자산에서 보유한 채권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수급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

황태연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에 돈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크레디트물(비정부 채권)에 대한 불신으로 국고채와 회사채에 대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도 국고채 금리는 떨어진 반면 AA- 회사채 금리는 올라 신용스프레드가 1.94%포인트까지 벌어져 2001년 1월17일(1.94%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후에 급매물로 나온 10억원 규모 BBB급 K사 회사채는 연 15~16%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만 장 후반 들어 시장은 조금씩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노동부가 채권형펀드 만기 상환을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다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대 아래로 떨어지며 상승폭을 줄인 게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철수 연구위원은 "연말 자금 수요와 맞물려 극단적인 현금 자산 선호현상이 나타났는데 월말을 넘길 경우 유동성 경색이 조금 완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