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방어 1등공신"…"손실땐 국민노후는?"

국민연금이 최근 하락장에서 지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증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9월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식을 사들여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패닉에 빠질 뻔한 증시의 `구원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주식비중 확대가 자체적인 투자전략보다는 정부의 증시부양 정책에 따른 것이라는 의구심이 적지않아 올해 대규모 투자 손실을 내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 코스피 1,400 사수 1등 공신

9월 증시가 위기 속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연금이 계속 주식을 사줬기 때문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 연기금은 지난 26일까지 6조2천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9월 들어서만 무려 3조원 어치를 순매수, 미국 금융위기로 폭락위기에 처한 국내증시를 1,400선에서 방어해 줬다.

증권업계는 자산운용규모를 감안할 때 국민연금이 연기금 매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1,400선 방어의 1등 공신은 국민연금이라고 꼽고 있다.

연기금은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삼성전자, POSCO, 현대중공업 등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종목을 중심으로 대량 매수에 나섰다.

국민연금은 주식매수라는 `창' 외에 공매도한 주식을 다시 사는 숏커버링이라는 `방패'를 이용해 시장방어에 나섰다.

최근 공매도가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국민연금은 공매도용 주식대여 중단을 발표, 외국인의 숏커버링을 유발하며 지수반등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내년 이후에도 주식투자비중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증시의 든든한 방패로 계속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12.7%인 주식투자비중을 올해 허용한도인 17%까지 채울 것이라고 공언해 연말까지 총 7조원 정도가 시장에 투입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은 중기재정전망을 토대로 볼 때 2009년 38.3%, 2012년 50.6%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 국민 노후자금 손실 누가 책임지나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기금운용 수익률은 -0.99%. 액수로는 무려 2조1천583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등 수익률을 보면 초라하다.

국내 주식에서 -20.7%, 해외 주식에서 -16.7%의 수익률을 기록해 주식에서 8조4천812억원을 잃었다.

그나마 채권과 대체투자 등에서 6조3천333억원을 벌어 총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달에 사들인 종목은 3.9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스스로 주식을 사서 주가를 방어한 덕분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9월에도 '현재 시장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듯한 행보를 강하게 보여줬다.

업종에 관계없이 대형주에 집중투자해 종목 투자보다는 지수방어를 목적으로 했고, 고유 계정을 통해 매수에 나서 국민연금이 사고 있음을 시장에 공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위험을 감수하고도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률을 극대화해 국민의 노후를 더 풍족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 매수한 종목들은 대형주 위주여서 다소 이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은 대형 우량주 저가매수 전략이라고 주장하겠지만 정부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정부의 증시 끌어올리기에 국민연금이 억지로 동원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지수방어세력이던 투자신탁회사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당시 부실기관으로 전락한 아픈 경험 때문에 요즘에는 정부의 `증시 방어'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고 있어 정부가 결국 연기금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을 두고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연금 전문가, 학계, 정치권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연일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절대로 깨먹지 말아야 할 돈이어서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시장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주식비중을 늘리니 국민들의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보장용이며 노동자들의 퇴직금이다.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자금운용은 공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용 노하우가 쌓인 세계적인 연기금도 미국발 금융위기에 비참한 성적표를 거두고 있는 점도 걱정을 키우는 대목이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이 상반기 -5.2%, 일본 정부연금투자펀드(GPIF)는 -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고현실 기자 ksyeon@yna.co.krokk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