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피멍'..유통업자 배만 불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올해 들어 산지 한우 값은 평균 25%이상 떨어졌지만 쇠고기 소비자 가격 하락 폭은 5% 남짓에 불과, 유통업자들의 이익만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미국산 쇠고기가 1년 안에 수입량 기준으로 호주산을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수입 중단 이전인 2003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는데는 최장 2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농업전문연구기관 GSnJ가 28일 발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한우산업에 태풍인가 미풍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산지 한우가격(600㎏, 암.수소 도축수 가중평균)은 334만9천원으로 작년 4분기의 461만9천원에 비해 26.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지육(도축 후 머리 등을 제거한 고깃덩어리)의 경우 ㎏당 1만3천671원에서 1만1천672원으로 14.8% 떨어졌다.

그러나 지난 2005년 한우고기 평균가격 기준(100) 소비자가격지수는 99.2에서 93.7로 겨우 5.5% 낮아지는데 그쳤다.

이정환 GSnJ 이사장(전 농촌경제연구원장)은 보고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을 때 가장 많은 이득이 유통업자에게 돌아갔는데, 수입이 재개돼도 이득이 유통업자에게 귀속되는 결과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 가격에 비해 산지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농가의 불안이 산지 시장에서 (생산자) 가격 교섭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가격, 지육 가격 동향 정보를 산지 농가에 널리 알려 지나치게 싼 값에 팔지 않도록 유도해야한다"고 정책 당국에 조언했다.

아울러 GSnJ는 미국산 수입재개 이후 연간 쇠고기 수입량(2008년 7월~2009년 6월)이 작년보다 46% 많은 25만4천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 금지되기 전인 2003년의 29만3천26t보다 13% 적은 규모다.

특히 한우 고기와 강한 대체 관계에 있는 갈비의 경우 수입량이 2007년 4만6천705t의 2.7배인 12만6천880t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적별로는 한 해 수입량 25만4천t 가운데 미국산이 2003년의 62% 수준인 13만9천t, 호주산은 작년보다 28% 줄어든 11만5천여t씩 차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향후 1년내 미국산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호주산을 추월한다는 얘기지만, 지난 1996년과 2001년 유럽 광우병 파동 당시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 수요 회복 추세를 감안하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기피 현상이 없어지기까지 11~20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GSnJ는 추정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이 늘어남에따라 내년 6월까지 한우 쇠고기 가격은 작년 평균보다 10.5%, 돼지고기는 0.4%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돼지고기 하락폭이 미미한 것은 올해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25%에 이를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