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 참가, 레드 플래그 훈련 참관기

"우리의 F-15K 전투기가 동북아 최강임을 동맹국 조종사들로부터 확인받았습니다"

미국 네바다주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미군 공중전 전술교리의 전당'이라 불리는 넬리스 공군기지.
한여름의 작렬하는 태양도, 화씨 110도(℉, 섭씨 43℃)를 훌쩍 넘어 흐르는 땀마저도 증발시켜버리는 활주로의 복사열도 고막을 찌를 듯한 굉음을 울리며 힘차게 땅을 박차는 그들의 `웅비'를 가로막지는 못했다.

미 공군은 13일 해마다 동맹국 공군을 초청, 최대 규모로 실시하는 공중전 연합 훈련인 레드플래그 훈련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의 언론인들이 참가,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는 등 성황을 이뤘으며 한국언론 가운데는 연합뉴스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지난 7월에 이어 열리는 이번 훈련에는 미 공군을 비롯해 미 해군.해병대 및 주방위군 소속 항공기들과 한국.프랑스.인도 공군 소속 항공기들이 참가했다.

◇F-15K, 국제무대 데뷔 = 이번 훈련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상은 지난 1992년 이후 16년만에 이번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였다.

한국 공군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으로 추진, 이제 막 1단계 전력화 사업을 마친 F-15K 전투기는 `꿈의 전투기'라고 불리는 F-22가 나타나기 전 미 공군의 자존심으로 꼽힌 F-15E를 한국형으로 전환.발전시킨 것으로, 이번에 국제무대에 첫 선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F-15K 전투기는 2005년 서울 에어쇼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국내 언론 및 일반인에게 공개된 적은 있지만 국제 에어쇼나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공군은 이번 훈련에 제11비행단 소속 F-15K 6대와 조종사, 정비.무장요원 등 최대규모인 80명을 참가시키고 있다.

넬리스 기지측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F-15K 전투기의 도착 및 훈련준비과정을 시시각각 소개하는 등 적극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한 프리랜서 포토 저널리스트는 "이번에 인도가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해 눈길을 끌지만 나의 가장 큰 관심은 한국의 F-15K"이라면서 "F-15K의 뛰어난 기량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한 언론인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F-15가 배치돼 있어 한국형인 F-15K를 잘 알고 있다"면서 "참 좋은 전투기"라고 밝히며 자신이 입고 있는 `블루 드래곤'이란 글자가 새겨진 F-15K 비행대대 티셔츠를 가리키며 F-15K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F-15K 조종사인 고상희 대위는 "미 공군의 F-15E 전투기 조종사들도 한국의 F-15K 전투기에 관심을 보이며 첨단화된 각종장비에 감탄하곤 한다"면서 "이번 훈련을 통해 F-15K가 동북아 최강의 전투기임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공군, 구소련 항공기 이끌고 참가 눈길 = 이번 훈련에는 또 인도 공군이 처음으로 레드 플래그 훈련에 참가, 눈길을 끌었다.

인도 공군은 러시아제 Su-30 전투기와 IL-76/78 공중급유기로 미국 및 한국, 프랑스 공군과 함께 연합군으로서 `스트라이크 패키지(공격전재)'를 형성,훈련에 참가했다.

미 공군 관계자는 "구소련의 항공기들이 미국에서 만든 항공기와 같은 편이 돼서 훈련을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면서 "참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번 훈련에 참가중인 한국공군의 한 장교는 "이번 훈련에서 인도 공군도 연합군으로 참가하고 있어 F-15K와 Su-30의 대결은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이번 훈련에 인도공군이 처음으로 참가한 것은 최근 중국을 겨냥해 강화되고 있는 미-인도간 동맹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인도의 항공기 수주를 염두에 둔 미국측의 포석이라는 관측이 엇갈렸다.

또 프랑스 공군에선 한때 F-15K와 함께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대상기종으로 경쟁했던 라팔 전투기가 참가해 자연스럽게 전투능력과 항속능력 등에 대해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결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레드 플래그 훈련 어떻게 진행되나 = 13일 오후 3시30분. 미 공군.해군.해병대.주방위군과 한국.프랑스.인도 공군으로 구성된 연합군은 적진에 있는 목표물을 공격하라는 훈련명령을 하달받았다.

제일 먼저 공세제공임무를 띤 미 공군 및 주방위군 소속의 F-15전투기와 프랑스 라팔전투기가 굉음을 울리며 발진했고,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전자전 능력을 가진 미 해군의 EA-6와 미 공군의 F-16, EC-130 등이 잇따라 이륙했다.

뒤이어 한국의 F-15K, 인도의 Su-30, 미 공군의 F-15 전투기가 비상출동했으며 미군의 KC-135, 인도공군의 IL-76/78 공중급유기와 조기경보기인 E-3기도 이에 합류함으로써 수십여대의 항공기가 `스트라이크 패키지'를 이뤄 적진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연합군의 블루에어군(軍)은 미그 21, 23, 29기 및 Su-27 역할을 담당한 가상적기인 넬리스 기지의 F-15, F-16 전투기들로 편성된 `레드 에어군(軍)'과 공대공 전투를 벌이며 섬멸, 제공권을 장악했고, EA-6,E-3등 전자전 임무를 띤 항공기들이 적의 방공망을 무력화시켰다.

뒤이어 한국의 F-15K 전투기를 비롯한 공대지 임무를 띤 전투기들이 적의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회피하며 적진으로 돌파,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하고 오후 5시께부터 기지로 귀환했다.

공군 관계자는 "이번 훈련에선 실무장만 안했을 뿐 실전적 훈련"이라면서 "훈련 회수가 늘어날수록 실제 전투상황을 재현한 강도높은 훈련을 벌이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훈련 참가자들은 매일 주간 뿐만아니라 야간에도 훈련을 실시, 전천후 전투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한국 F-15K 조종사들의 경우 주간에는 4소티, 야간에는 2소티 출격하며 전투능력을 평가.

검증하고 있다.

(넬리스<美네바다주>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