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SK C&C의 기업공개를 통해 얻게 되는 상장 차익의 일부를 사회를 위한 좋은 일에 쓰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SK C&C의 상장으로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최 회장이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되면서 예상되는 사회적 비난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SK그룹에 따르면 SK C&C는 그룹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 이 달 중으로 상장을 하려다 최근 주식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일단 기업공개를 연기했다.

SK C&C는 국제 유가 폭등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여파로 증시가 급랭하면서 애초 목표로 잡았던 공모가격을 받을 수 없을 것을 우려해 기업공개를 뒤로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SK C&C의 지분구조는 최 회장 44.5%(890만주), SK텔레콤 30%, SK네트웍스 15% 등으로 짜여 있다.

현재 SK그룹은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법적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하고, SK㈜는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 C&C의 지분을 갖고 있는 순환출자구조로 돼있다.

최 회장→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구조인 것이다.

SK그룹은 이 가운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보유 중인 SK C&C주식 900만주(전체 주식의 45%)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상장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함으로써 지주회사 체제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기업가치와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특히 SK C&C가 기업공개를 통해 희망하는 주가는 주당 11만5천원∼13만2천원(액면가 500원)선이다.

따라서 시장상황이 호전돼 SK C&C의 희망대로 공모가를 받을 경우, 최 회장의 SK C&C 주식보유가치는 1조235억원∼1조1천748억원에 달하게 된다.

1993년에 당시 그룹 계열사인 유공(현 SK에너지)과 선경건설(현 SK건설)로부터 SK C&C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던 최 회장으로서는 돈방석에 앉게 되는 셈이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평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 활동을 중시하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을 감안할 때 SK C&C 기업공개로 얻게 되는 이익을 개인목적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사회를 위해 일정 부분 활용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SK C&C는 1991년에 유공과 선경건설이 통신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만든 회사로 당시 회사이름은 대한텔레콤이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SK그룹은 1993년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에 성공했고, 유공과 선경건설은 당시 액면가 1만원이던 SK C&C의 주식 70%를 주당 400원에 넘겼다.

15년 전 최 회장이 SK C&C의 지분을 사는데 든 돈은 고작 2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시스템 통합개발회사인 SK C&C는 계열사들, 특히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장했고, 이 때문에 최 회장은 1998년 참여연대로부터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당시 자신이 갖고 있던 SK C&C의 지분의 30%를 SK텔레콤에 무상 증여형식으로 넘겼었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