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가루 수입관세 인하 등을 통해 국내 제분업계에 밀가루 가격 인하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밀가루 가격을 서민 생활물가 불안의 뿌리로 본 것이다.

더욱이 지난 3월을 고점으로 국제 밀 시세가 한풀 꺾였다.

그동안 국제 시세 폭등을 이유로 밀가루 가격을 올렸던 제분업계로서는 가격 인하 요구를 마냥 외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민물가 상승의 '주범'

9일 정부가 내놓은 밀가루 가격 인하 방안은 △수입 관세율 한시적 인하(현행 4.2%→0%) △농수산물유통공사 통해 직접 수입 등으로 요약된다.

국내 시세보다 싼 수입 밀가루가 공급되면 국내 시장에 경쟁을 촉진,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국제 밀 시세는 지난 3월 부셸(27.2㎏)당 10.7달러에 달했지만 8월에 수확하는 신곡(新穀) 기대감으로 5월부터 8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밀가루 가격 상승이 단계별로 부풀려져 제품 가격 인상을 초래하는 주범이었는데 저렴한 수입산을 들여오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가루는 라면 빵 과자 등 각종 식품과 자장면,칼국수 등 음식의 주재료인 만큼 가격 상승에 따른 파급 영향이 크다.

밀가루 가격이 최근 1년 새 68.4%나 뛰어 254개 생필품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물가의 고삐가 풀린 데는 밀가루 가격 폭등도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밀가루 시장 변화 예고

국내 밀가루 시장은 대한제분,CJ제일제당,한국.동아제분 등 '빅 3'의 점유율이 75%에 달한다.

소비자단체들은 독과점 제분업체들의 매출 이익률(마진)이 17% 안팎에 달하면서도 원재료 가격 변동을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전가한다고 비난해 왔다.

지난해 150만t 규모인 국내 밀가루 수요 중 수입 밀가루 비중은 5%인 7만2000t 에 머물렀다.

국산 밀가루 출고가격(20㎏ 기준)은 1만9500원인 데 반해 캐나다.호주산 수입 밀가루는 1만8800원으로 3.6%(7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관세를 면제할 경우 추가로 800원가량 내려,국내 밀가루보다 7~8%(1500원) 저렴해진다.

주된 밀가루 수요처인 식품업체들은 가격차가 이 정도라면 원가 절감 차원에서 밀가루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이다.

반면 제분업체들은 상반기 선구매한 밀이 고유가,환율 상승 등으로 통관가격이 계속 올라 당분간 국내 밀가루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 밀 선물시세가 다소 내렸지만 올해 수확분으로 밀가루를 생산하는 것은 10월 이후에나 가능하다"며 "환율 리스크로 인해 밀가루 가격 인하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제분업계로선 가격을 올릴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