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한 헤지펀드가 과연 헤지펀드 수익률이 S&P500지수 수익률(등락률)을 능가할 수 있을지를 놓고 '세기의 내기'를 벌이고 있다.

버핏은 헤지펀드가 S&P500지수 수익률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데 베팅한 반면 한 헤지펀드는 헤지펀드 수익률이 훨씬 나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다.

'판돈'은 각각 32만달러,총 64만달러다.

버핏의 상대는 프로테제 파트너스.이 헤지펀드는 다양한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 오브 헤지펀드다.

내기의 승패는 앞으로 10년간 S&P500지수 수익률이 프로테제가 지정한 5개 헤지펀드 수익률을 능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버핏은 인덱스펀드로 유명한 뱅가드가 운용하는 'S&P500지수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프로테제가 지정한 5개 헤지펀드의 성적보다 높을 것이라는 데 승부를 걸었다.

평소 "헤지펀드 수익률은 지수를 따라갈 수 없으며,헤지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각종 수수료를 빼앗기 위해 감언이설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는 지론에 따른 베팅이다.

반면 프로테제는 자신들이 엄선한 5개 헤지펀드 수익률이 인덱스펀드보다 나을 것이라는 데 돈을 걸었다.

10년 후 뱅가드의 'S&P500지수 인덱스펀드' 수익률이 5개 헤지펀드를 앞서면 버핏이 이긴다.

반대로 5개 헤지펀드 수익률이 높으면 프로테제가 승리한다.

버핏과 프로테제는 내기에 건 64만달러로 미 국채를 매입했다.

현 국채 수익률을 감안할 때 10년 후 원리금은 100만달러로 불어난다.

이 돈은 승자가 지정하는 자선단체에 전액 기부된다.

프로테제는 런던에 있는 국제 자선단체인 앱솔루트 리턴포키즈(ARK)를 기부단체로 지정했다.

버핏은 딸인 수전 버핏이 이사로 있는 '오마하의 걸스'라는 자선단체를 수혜자로 지목했다.

이번 내기는 2006년 5월 벅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총 때 버핏이 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버핏은 당시 "어떤 운용사가 고르더라도 헤지펀드 수익률이 S&P500지수를 초과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S&P500지수 인덱스펀드는 10개 헤지펀드의 수익을 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들은 테드 지데스 프로테제 회장(37)은 다음 해인 2007년 7월 버핏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둘은 협상 끝에 S&P500지수 인덱스펀드와 5개의 헤지펀드 수익률을 내기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내기는 지난 1월 시작됐다.

버핏은 자신이 이길 확률이 60%가량이라고 말하고 있다.

반면 프로테제 측은 승리할 확률이 85%에 이른다고 자신하고 있다.

프로테제는 2002년 설립됐으며 현재 35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설립 후 작년 말까지 95%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해 같은 기간 뱅가드의 'S&P500지수 인덱스펀드' 수익률 64%를 초과하고 있다.

이런 경험이 있는 만큼 프로테제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은 상당하다.

월가에서는 가장 큰 복병은 수수료라고 지적하고 있다.

10년 동안 누적되는 수수료가 펀드 수익률을 갉아먹어 결국 승패에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펀드 오브 헤지펀드는 보통 연 2.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반면 뱅가드 'S&P500 인덱스펀드'의 수수료는 연 0.15%에 불과하다.

같은 수익률을 기록할 경우 수수료가 싼 뱅가드 펀드가 훨씬 유리하다.

여기에다 헤지펀드는 수익의 20%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