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한 가운데 국민의 실질소득도 마이너스로 돌아서 내수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질소득이 감소할 경우 소비위축→경제성장률 둔화→내수침체라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대외 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 수출 호조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경제둔화 뚜렷..내수위축이 발목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민간소비와 투자 등 내수부분에서 성장세 둔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민간소비의 경우 전분기에 비해 0.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3.4% 성장하는데 그쳤다.

민간소비의 전기대비 증가율은 2004년 3.4분기 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승용차 등 교통 관련 지출과 의류 및 신발 등에 대한 소비지출은 늘었지만 통신, 의료 및 보건소비지출의 증가세가 둔화한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

승용차, 선박 등 운수장비 투자는 증가했지만 반도체 제조용 기계와 컴퓨터 및 사무용기기 등 기계류 투자가 부진하면서 전체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건설투자 역시 건물 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감소하면서 전기대비 1.4% 줄었다.

그나마 수출은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유지하며 호조를 나타냈다.

재화수출은 석유화학제품과 기계 및 전자기기 등의 부진으로 전기대비 1.8% 감소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으로 보면 12.0%의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올해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8%, 작년 동기 대비로는 5.8% 성장한 것으로 집계돼 지난 4월 한은이 발표한 속보치보다 각각 0.1%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2006년 4분기(0.8%) 이후 최저 수준으로 특히 작년 4분기 1.6%에 비해서는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 1.0%에서 2분기 1.7%로 상승했다가 3분기 1.5%, 4분기 1.6% 등을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에 급락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 실질소득 마이너스..소비위축

이런 가운데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도 크게 악화됐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2% 감소해 실질 GDP성장률(0.8%)를 밑돌았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것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구매력은 오히려 악화했음을 뜻하며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그만큼 `냉골'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고유가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된데 있다.

원자재가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재화의 가격이 크게 오른 반면 수출재화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면서 교역조건변화에 따른 실질무역 손실액이 1분기 27조4천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득 면에서는 채산성이 그만큼 맞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고 소비자물가가 4%대에 육박하고 있는 점도 국민의 실질소득 악화의 요인에 해당된다.

특히 고유가가 좀처럼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공공요금 등 각종 물가마저 들썩이고 있어 국민들은 앞으로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다시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내수침체, 경제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전문가 "경기하강.소득감소세 지속"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올해 2분기에 더 가팔라진 만큼 외형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의 악화가 심화하면서 국민의 실질소득도 당분간 계속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제 원자재가격의 고공 행진이 계속될 경우 수출 증가세마저 꺾일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임경묵 박사는 "생산 지표인 GDP와 소득지표인 GNI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은 기업 입장과 일반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라며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체감경기가 악화되는 속도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흐름을 보면 전기 대비로는 작년 4.4분기, 작년 동기 대비로는 이번 1.4분기에 고점을 찍고 내려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부진이 심각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세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민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인 고유가가 2분기에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실질적인 국민소득이 GDP에 비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정영택 국민소득팀장은 "생산 물량 기준에 의한 성장률을 계속되고 있지만 소비 측면에서 교역조건 악화로 소득이 줄고 내수부진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준서 기자 fusionjc@yna.co.kr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