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장중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 유(WTI)는 지난주 종가보다 3.65달러(3.1%) 오른 배럴당 119.97달러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WTI는 전자거래에서는 배럴 당 120.36달러까지 올라 지난 1983년 원유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 120달러 선을 넘어섰다.

WTI는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94% 상승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처럼 가파른 유가상승이 항공주 등 일부 업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잠복된 악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을 6일 내놓았다.

유가상승으로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들어선 것은 맞지만 시장 주변에서는 아직까지는 견딜만하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또 현재 고유가가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과 함께 나이지리아 무장세력의 석유시설 공격, 이란의 핵포기 요구 거부 등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적으로 공급측면의 악재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시장 안정의 논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항공주인 대한항공[003490]은 오전 11시24분 현재 현재 지난 주말보다 1천800원(3.28%) 내린 5만3천원, 아시아나항공[020560]은 130원(2.04%) 하락한 6천25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1.40포인트(0.08%) 상승한 1,849.67을 기록하는 등 강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고유가가 물가로 전이돼 전세계가 인플레이션상태에 들어간 것은 사실지만 아직은 견딜만하다는 인식이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종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고유가로 인해 기업의 원가부담이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업황이 좋으면 이를 제품가격에 전가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부담을 흡수해야 하는데 그같은 노력이 한계에 달할 경우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센터장은 "현재 큰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기업의 비용이 증가하게 되는 만큼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에게 잠복된 악재 수준으로 인식되겠지만 고유가 이외에 다른 악재가 불거질 경우 증시상황을 급격하게 악화시키는 주요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오 파트장도 "현재는 시장을 악화시키는 복병 정도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같은 부정적 변수가 쌓여가다가 한꺼번에 폭발할 경우 시장을 강하게 짓누르는 무서운 악재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