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별로 소유하고 있는 과세대상을 합산해 과세표준에 따라 누진적 세율을 적용하는 종합부동세의 세대별 합산 규정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의환 부장판사)는 17일 이모씨가 "세대별 합산 규정은 국가가 혼인과 가족생활 및 양성의 평등을 보호하고 보장하도록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배된다"며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종합부동산세법상의 각 조항과 관련해 법원이 위헌 제청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합부동산세의 세대별 합산은 과세기준일을 기준으로 세대원이 소유한 주택이나 토지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산해 과세대상으로 하며, 합산 가격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토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세대별 합산규정으로 혼인을 하거나 가족을 구성한 세대는 새로 종부세 과세대상이 되거나 과세표준이 증가함으로써 독신, 이혼한 부부,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 등에 비해 상당한 조세상 불이익을 입게 되고 누진세율 구조상 그 불이익은 더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택 등을 포함한 부동산의 소유권은 등기명의인에게 귀속되고 민법상 부부별산제가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만을 부부 공유로 추정할 뿐이기 때문에 세대별 합산규정이 주거현실 및 이에 기초한 경제현실에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세대별 합산 규정은 종부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조세기술적인 문제로서 종부세 자체의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당연히 세대별 합산규정의 목적이 정당성이 인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부부 또는 세대원 간의 인위적인 명의 분산과 같은 가장행위 등은 다른 법률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국의 과세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세대별 합산규정과 같이 어떤 분할방식도 없이 세대별로 합산하는 입법례는 매우 특유한 과세방식에 속하며 단순히 세대별로 합산한다는 점 때문이 아니라 혼인한 부부나 가족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은 점에서 헌법 제36조 제1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