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최대주주인 IPIC는 2대주주인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 계열 주주들이 매각 절차를 계속 방해한다면 오히려 현대측이 보유한 지분 30%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IPIC는 8일 내놓은 성명서에서 "현대 주주들은 근거없는 법적 분쟁을 통해 매각 절차를 방해함으로써 2003년 주주간 계약을 스스로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신속하게 시정하지 않으면 당시 계약에 따라 현대 주주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IPIC는 "지난해 지분 20-50%를 처분할 계획을 세우면서 현대 주주들이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refusal)을 행사하지 않으면 다른 전략적 투자자를 찾으려 했다"고 말하고 "매각 추진에 앞서 선의를 가지고 현대 주주들에게 매입 조건을 먼저 제시할 기회를 줬고 경쟁 입찰에도 참여하라고 통지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전했다.

IPIC는 "매수 희망자들에게는 현대 주주들이 지분 50%에 대해서는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했으며 현대 주주에게도 적절한 기회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것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IPIC는 우선매수권에 따라 제 3자가 제안하는 가격 등과 같은 매각 조건 하에 현대주주들이 지분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의무가 있다.

이후 현대 주주들은 매각 절차를 방해하며 IPIC가 2003년 주주계약을 위반해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매도할 의무가 있다고 하지만 이는 싼 값에 사려는 명백히 부적절한 의도라는 것이 IPIC의 주장이다.

IPIC는 "이번 분쟁은 현대 주주들이 지명한 김정래 이사(현대중공업 임원)의 해임 안건과 관련돼있다"고 털어놓고 "그가 이사로서 충실 의무를 위반해 현대오일뱅크 업무를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현대 주주들은 김 이사의 해임을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지난달 27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데 따라 김 이사는 31일 주총에서 적법하게 해임됐다고 IPIC는 설명했다.

IPIC는 "우리는 아부다비 정부의 소유로 단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벤처 캐피털이 아니라 전 세계 석유사업에 전락적 장기투자를 하는 투자자이며 지난 20여년간 어떤 주요 투자처에서도 완전히 빠져나온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최근 일각에서 일고 있는 '먹튀' 논란을 반박했다.

IPIC는 "1999년 현대오일뱅크의 주주가 된 이후 2000년과 2001년에 회사가 파산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지만 현대 주주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이후 우리가 지명한 새로운 경영진이 부임한 이래 회사는 매년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IPIC측이 명백히 계약을 위반했으며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만큼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IPIC는 작년 5월부터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했으며 작년 말께 GS, 호남석유화학, 코노코필립스, STX 등의 입찰 참가자 가운데 우선협상자를 선정하려다가 현대중공업의 이의 제기로 중단한 상태다.

양 주주간 갈등이 표면으로 불거진 것은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21일 서산지원에 GS칼텍스, GS홀딩스, GS건설 등 GS그룹 3개 회사를 대상으로 현대오일뱅크 주식매수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데 이어 국제 중재까지 신청하면서부터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