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금융, 국제 자본시장 主流로
국제유가 상승으로 산유국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이슬람 금융이 국제 금융의 주류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자금을 운영하는 금융회사가 빠르게 늘고 취급하는 금융상품도 다양화하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씨티그룹 HSBC 도이치뱅크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이슬람 금융에 뛰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은행 안에 이슬람 금융 전용 창구를 개설하거나 아예 이슬람 금융만 취급하는 은행을 새로 세우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이슬람 국가에 한정됐던 이슬람 금융회사는 현재 50개국 300여개로 불어난 상태다.

비이슬람 국가에도 이슬람 금융의 물결은 거세다.

영국에는 이미 22개의 이슬람 금융회사가 들어섰고 미국(20개) 프랑스(4개) 독일(3개) 등에도 무슬림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 금융회사가 굴리는 자산은 매년 10% 이상 늘어나 지금은 8800억달러(약 8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모펀드 규모(7000억달러.2006년 말 기준)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슬람 금융회사 중 두 번째로 큰 '쿠웨이트 파이낸스 하우스'의 모하메드 살만 유니스는 "3~5년 안에 중국과 일본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슬람식 은행이 영업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들어 이슬람 금융이 융성하게 된 원인은 크게 두 가지.하나는 고유가로 인한 산유국 자본의 증가다.

현재 중동 지역을 돌아다니는 오일 머니는 약 1조5000억달러(약 1400조원).선진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액수다.

다른 하나의 요인은 2001년 터진 '9.11테러'.미국이 테러자금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이슬람 자본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자 무슬림 자금의 대이동이 일어났다.

미국 스위스 등에서 이슬람권 은행으로 예금을 이체시키려는 고객이 줄을 이었다.

테러 이후 무슬림 사이에 '종교적 보수주의'가 득세한 것도 이슬람 금융이 성장하게 된 배경이다.

가능하면 이슬람 율법을 지키는 금융회사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예금 정도에 그쳤던 이슬람 금융상품도 채권 신용카드 파생상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중에서 '수쿠크(Sukuk)'라고 불리는 이슬람 채권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는 물론 미국에서도 이미 수쿠크가 발행됐다.

영국 일본 등도 이슬람 채권 발행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로 인해 2004년 50억달러 정도에 그쳤던 수쿠크 발행잔액은 작년에 165억달러로 불었고 올해는 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금융의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태생적 한계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슬람 율법이 성문화된 법령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의 투명성이나 신용평가 등을 담보할 통일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큰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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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금융='샤리아'라는 이슬람 율법에 맞춘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다.

가장 큰 특징은 이자를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는 것.돈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이자 대신 예금에 대한 수익을 나눠 갖는다.술 담배 도박 등 비윤리적 사업에 대한 투자도 금지한다.

이슬람 금융 회사에는 자금 조달에서 운용에 이르는 각 단계가 율법에 어긋나지 않는지를 점검하는 '샤리아 위원회'가 설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