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내년이 더 어둡다…FRB, 신용위기 여파 성장전망치 낮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주택경기 침체와 신용위기,고유가 등 이른바 '3대 악재'가 성장에 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FRB는 특히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종전보다 낮춰 잡아 미 경제가 하강할 위험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FRB는 20일(현지시간) "내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8~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FRB가 지난 7월 전망했던 2.5∼2.75%보다 낮아진 것이다.

FRB는 "지난 8월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신용위기와 주택경기 침체 및 고유가를 두루 감안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FRB는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당초 4.75%에서 4.8~4.9%로 높여 잡았다.

반면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상승률 예상치는 종전의 1.75~2%에서 1.7~1.9%로 낮췄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낮아지는 대신 성장률은 둔화되고 실업률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 셈이다.

FRB는 "2009년 성장률은 2.3~2.7%,2010년 성장률은 2.5~2.6%에 달할 것"이라며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겠지만 확장 국면으로 쉽게 돌아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FRB의 이 같은 전망은 인플레이션 압력보다 경기의 하강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FOMC 회의 관련 의사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美경제 내년이 더 어둡다…FRB, 신용위기 여파 성장전망치 낮춰
당시 FOMC 위원들은 심각한 경기 하강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예상치 못한 둔화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추가 보험적 성격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FRB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됐다.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12월11일 열리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은 82%나 반영돼 가격이 형성됐다.

내년 1월30일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내릴 확률이 70% 반영됐다.

FRB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유가가 뛰어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증시가 상승세로 마감한 것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RBC 캐피털 마켓의 미국 국채담당 책임자인 토머스 투시는 "FRB는 중립적 통화정책을 강조해 왔으나 이날 공개된 10월 FOMC 의사록은 추가 금리인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