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식품 경쟁이 뜨겁다.

음료와 과자 식용유 라면 등 전 식품 군에서 고급 원료와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기농 원료를 사용하거나 보존료와 착색제 등을 첨가하지 않은 식품, 제로 칼로리와 무(無)트랜스지방 등을 표방한 음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식품과 음료는 대부분 일반 제품보다 맛이 좋고 가격도 비싸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디자인과 포장재 등도 소비자의 오감을 만족시킬 만큼 세련되고 화려하다.

프리미엄 식품들이 이처럼 늘고 있는 이유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고 기능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소비자들의 구매 의사를 결정하는 요소가 가격과 품질에서 제품의 가치로 이동한 것이다.


전통적인 가족 제도가 붕괴되고 핵가족 중심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핵가족 문화의 특징은 감성과 편의를 추구한다는 것. "내 아이는 달라.먹는 것도 달라야 한다"고 믿는 '먹을거리 명품족'이 그들이다.

식음료 업체들은 성숙기에 들어선 국내 식품시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꼽고 있다.

품질과 기능성을 높여 가격을 올리는 길이야말로 매출 증대의 지름길이란 의미다.

수입이 늘고 있는 외국산 식품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프리미엄 제품 개발은 시급해졌다.

식품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력 있는 소수를 대상으로 1차 판매를 해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형성한 다음 대중화 과정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더라도 일정한 수요를 보장하는 고객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장 안정화 상품"이라며 "프리미엄 식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의 핵심은 가격 책정이다.

이른바 가격이 높아야 판매가 잘되는 베블런 효과를 얼마나 잘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프리미엄 제품은 이런 경제적 요소만 고려해 어느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프리미엄 마케팅은 경제적 요소 뿐 아니라 정치 문화 역사 등 사회 전반적인 요소를 결합하는 것이다.

일등 기업의 벤치마킹,과감한 R&D 투자,품질력의 자신감,생산 프로세스와 기업 문화의 혁신,디자인과 브랜드의 리더십 확보,역동적이며 적극적인 소비자 시장,높은 문화수준 등 여건과 분위기가 성숙돼야 한다.

최근 등장한 프리미엄 식품으로는 기린의 '천년의 향'을 꼽을 수 있다.

상황버섯과 오대산 생수로 만든 최고급 식빵으로 가격이 일반 식빵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1만원이다.

오리온은 커피 전문점을 찾는 20∼30대 여성을 겨냥한 쿠키 '프리모'를 내놨다.

아몬드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한데다 수제 제품을 연상시킬 만큼 정성이 묻어난 과자다.

농심 '건면세대 청국장'은 튀기지 않은 면에다 웰빙식품인 청국장을 결합한 프리미엄 라면.체지방 연소에 도움을 주는 콩펩타이드도 함유해 '먹어도 살찌지 않는' 라면이라는 것이다.

동원F&B의 '양반 명품포기' 김치는 순 국산 야채를 엄선해 만든 제품.대형 마트에서는 구입할 수 없고 VIP전용 콜센터에서만 주문할 수 있다.

유통 경로를 차별화해 소수의 충성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야쿠르트의 '하루야채 퍼플' 오뚜기의 '유기농 케찹' 등은 이른바 유기농 야채를 재료로 만든 식품.3년간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토양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야채인 만큼 고가일 수밖에 없지만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소비층이 확대되고 있다.

서울우유 '지중해의 아침',남양유업 '자연의 시작 불가리스',매일유업 '아침에 사과' 등은 고급 발효유를 바탕으로 기존 제품군을 업그레이드했다.

동서식품 '스타벅스 디스커버리즈'와 롯데칠성음료 '칸타타' 등은 커피의 고급화 바람을 타고 등장한 프리미엄 컵커피와 캔커피다.

해태음료 '차온 까만콩차',풀무원 '아임리얼' 등은 차와 주스류의 정점으로 꼽힐 만큼 품질과 맛을 차별화하는데 성공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